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2일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하고 글로벌 산업환경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이 부시 전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며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잇단 면담을 통해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의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시 전 대통령과 4년 만에 단독면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부시 전 대통령과 약 30분간 단독면담에서 최근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생각하는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개인적 의견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4년 만이다. 지난 2015년 10월 부시 전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 대회'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도 환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부시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방한하며 잡은 첫 번째 일정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에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최초의 해외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며 미국 부시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텍사스 주지사를 지내면서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활동을 벌였고, 1998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또 2003년 오스틴 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기념행사에는 부친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보폭 확대
이 부회장은 이번 부시 전 대통령과 면담 등 최근 잇따라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3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2월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이후부터 살펴보면 모두 6차례 외국 정상급 인사를 만났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 일정 가운데 현지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총리 공관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를 만났다. 이후 방한한 모하메드 왕세제의 요청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기 화성 반도체공장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달 인도 모디 총리가 국빈 방한하며 이 부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출장일정을 급히 변경, 귀국 후 국빈 오찬에 참석한 바 있다.
이처럼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이 부회장에게 만남 요청을 하는 것은 삼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선 나온다. 이에 각국 인사들이 삼성의 투자유치를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한국의 외교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한국의 경제외교 분야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