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장의 작업을 중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 법령들이 지나치게 모호해 감독권 남용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공동 의견을 전달했다.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안전보건규칙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공동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경제 4단체는 의견서에서 “(하위 개정안이) 작업중지 명령의 실체적·절차적 세부 요건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재 작업중지 명령이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그동안 고용부가 법적 근거없이 감독관의 책임소재 회피 등을 위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지난 1월 산안법 개정안을 공표하고,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개정 산안법에는 일부 작업중지 명령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사업장 작업중지(전면 작업중지)는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작업중지 명령 요건인 ‘급박한 위험’이나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실체적 요건이 하위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감독관의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 관행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한 조선업체의 하도급 직원이 작업 도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 감독관은 선박사업본부 전체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했다.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 공장이나 정유·화학공장들도 사고시 구체적 근거없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경우 상당한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런 피해를 방지하려면 작업중지 명령의 합리적 요건을 하위법령에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시행규칙에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기 전 사업주로부터 중대재해와 관련된 개선조치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작업중지 명령 해제 절차도 신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작업중지 명령은 불가피한 경우 4일을 초과해 작업중지해제 심의위원회를 개최토록 하고 있다"며 "이를, 작업중지 해제 요청을 받은 감독관은 ‘즉시’ 사업장을 확인하도록 절차를 명확히 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이내’에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를 개최토록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청업체(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책임 범위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길 촉구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을 22개 장소만 명시했을 뿐, 법률상 규정된 도급인의 책임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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