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발레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안재용(Alice Blangero_마스트 미디어 제공) /사진=fnDB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안재용(Alice Blangero_마스트 미디어 제공) /사진=fnDB
“14년 전과 가장 큰 차이는 신데렐라 아빠 역할을 한국인 무용수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신데렐라’를 들고 1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신데렐라’는 지난 2005년 국내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고 이후 국내발레단이 두 차례 ‘라이선스’ 공연을 한 바 있다. 그때와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은 10일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조금씩 수정됐지만 14년 전과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아티스트와 무용수가 다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14년 전에는 신데렐라 아빠 역할을 한국인 무용수가 연기하지 않았다”며 지난 2016년에 입단해 지난 1월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안재용을 언급했다.
“그때보다 무용수들이 훨씬 젊다. 좀 더 현대적인 부분을 부각시킨다. 중요한 것은 안무를 통해서 인간적으로 다가갈 부분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에 다가가는 사랑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사랑 이야기는 영원하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이 공연을 다시 봄으로써 어떻게 느낄지 기대된다.”
안재용은 입단 이후 첫 한국 공연에 나섰다. 그는 금의환향 소감을 묻자 “기대와 설렘이 공존한다”고 인사했다. “공항에 입국했을 때 제 얼굴이 붉혀질 정도로 환대해줘서 감사했다.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다.”
그는 6월 8~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첫 공연을 마쳤다. 안재용은 “공연 후 관객들 반응을 보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며 웃었다.
“굉장히 감동받았다고 말씀해주셨다. 한 꼬마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보고나서 울었다고 말해줬다’며 우리가 전달하고자 한 인물들의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발레를 육성한 그레이스 공비 사후 맏딸인 카롤린 공녀가 어머니의 뜻을 이어 1985년 설립했다. 명문 발레단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은 데는 1993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공이 크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 ‘신데렐라’(1999), ‘라 벨(잠자는 숲속의 미녀)’(2011) 등 고전을 참신하게 재해석한 작품들이 각광을 받으며 해외 쟁쟁한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공연되고 있다.
‘신데렐라’는 1945년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음악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중에서 1999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안무한 ‘신데렐라’는 맨발의 신데렐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유롭고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마이요는 “무대가 백지처럼 하얗고 심플하다”며 “몸을 통해 그림을 그리듯,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이 ‘신데렐라’의 세계와 인물들에 점점 빠져들도록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신데렐라가 맨발인 이유에 대해서는 “맨발은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신데렐라 무용수만 혼자 맨발이다. 고전 무용을 하는 사람에게 맨발은 옷을 벗는 것과 같다. 맨발은 그 사람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왕자는 그 자연스러움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이렇듯 심플하다.”
마이요가 연출한 ‘신데렐라’는 진정한 사랑 찾기에 가까워 보였다. 원작과 달리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요정은 신데렐라의 죽은 엄마다.
안재용은 원작에서 별다른 비중이 없는 아버지 역할에 대해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기에 앞서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로 그려지는 순간이 있다”며 “신데렐라 아빠와 엄마의 사랑이, 신데렐라와 왕자의 사랑으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마이요는 이날 16세에 발레에 입문한 안재용에 대해 “뷰티풀”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안재용은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다 부산예고를 거쳐 선화예고로 전학했고, 한국예종에서 공부했다.
그는 안재용이 발레단 오디션에 왔을 당시를 떠올리며 “편도 비행기로 모나코에 왔다. 미쳤다”며 “재용이 어릴 적 내가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다더라. 발레를 늦게 시작했는데 굉장히 열심히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됐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라고 칭찬했다.
안재용은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을 보고 “강렬함을 느꼈다”며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인물들의 풋풋한 사랑이, 그 감정이 직접적으로 다가왔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대해 “캐릭터의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고 비교했다.
“클래식 발레를 할 때는 발레 동작과 테크닉 위주로 수련했다면, 마이요는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캐릭터의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라고 요구한다.
수석 무용수가 됐을 때 처음에는 책임감, 중암감이 컸다. 이제는 내가 맡은 역할에 더 깊이 파고들어 내가 느낀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신데렐라'는 오는 6월 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최되고, 6월 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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