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화재현장서 일하고도 암 걸리면 공무상 상해 인정 어려워
가방 등 판매 수익금 절반 기부
소방관들에게 밝은 노란색 계통의 방화복은 필수장비다. 우리 사회에서 화재로부터 시민들을 구하는 임무를 맡은 소방관들을 지켜주는 생명줄 중 하나다. 방화복은 수많은 화재 현장을 소방관과 함께하면서 그을음으로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더 이상 소방관을 지키는 장비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방화복은 폐기된다.
사회적기업인 '119레오(REO)'는 역할을 다하고 폐기될 예정인 방화복을 활용해 가방과 키링 등 패션아이템을 만드는 업체다. 119레오가 사회적기업인 이유는 단순히 가방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제조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의 절반을 암 투병 중인 소방관들의 공무상 상해 인정을 위해 기부하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4학년 휴학 중인 이승우 119레오 대표(사진)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창업의 이유에 대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기업 관련 대학연합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서 활동했다"며 "평창 마을 만들기와 한강 어부 살리기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이슈였던 소방관 처우개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소방관 처우개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소방관들에게 장갑을 사주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장갑을 사비로 사서 쓴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이 대표는 장갑이 아닌 암 투병 소방관을 위한 기업을 만든 이유에 대해 "소방관의 작업장은 발암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화재현장이다. 그럼에도 소방관이 암에 걸리면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갑은 기부도 많이 들어오고 소방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반면 암에 걸리게 되면 소방관 스스로가 병리학적으로 암 발병 원인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119레오가 출범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약 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제작비 등을 제외하고 1500만원을 암 투병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대표는 "다행히 119레오가 출범한 이후 매달 매출이 80% 성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 능동로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매출이 좋아졌다"며 "방화복이 500도의 열기에도 견디는 특수소재 아라미드 섬유로 만드는 만큼 가방도 튼튼해 구매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현재의 성장세를 언제까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대표는 해외진출이라는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해외진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금 KOTRA에서 진행하는 수출기업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KOTRA 주관으로 열린 '2019 대한민국 소비재 수출대전'에도 참가해서 여러 바이어들과 상담도 진행했다"며 "현재 이탈리아와 인도, 일본 3개국의 바이어들과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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