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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홍성진 실종아동전문단장 "사진변환기술로 '상봉 패러다임' 바꿀 것"

[fn이사람] 홍성진 실종아동전문단장 "사진변환기술로 '상봉 패러다임' 바꿀 것"

"실종아동찾기는 인공지능을 통한 '사진변환기술'로 올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전 사진을 가지고 부모를 찾는 고전적 방법이 아닌, 현재 변환된 사진을 보고 (실종 아동이) 스스로 실종자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홍성진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단장(60· 사진)은 실종 아동의 현재 모습을 예측하는 '사진변환기술'이 장기실종 아동과 부모 간 상봉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8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실종된 지 10년이 넘은 장기실종아동은 올해 기준 640여명이다. 이 중 여전히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실종가족은 50여명으로 기관은 추산하고 있다.

홍 단장은 "폐쇄회로(CC)TV 등의 발달로 최근 실종자들은 24시간 안에 99% 찾을 수 있다"며 "안타까운 분들은 장기실종자인데, 20~30년 전 아동의 사진을 가지고 찾고 있다 보니 실제 상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단장이 사진변환 아이디어를 낸 것은 이처럼 낮은 장기실종아동의 상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에 기관은 슬로건을 '다시 만나는 가족, 인공지능과 함께합니다'로 새로 선포하고, 올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연구한 사진변환기술을 선보였다. 가족의 사진을 통해 외모 상 가족력을 분석해, 실종아동의 연령별 모습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통해 15명의 실종아동의 사진 변환을 마쳤다고 기관은 설명했다. 하반기 중 추가 변환이 추가 작업을 마치고 하반기 중 각 기관 배포 등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기관과 KIST는 오는 2022년까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DNA(유전자)분석을 통한 외모 예측 등 추가로 기술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예인 사진 등을 두고 변환 시험을 해봤더니 80% 가량이 비슷했다"며 "실종가족들도 좋아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있었으면 이렇게 생겼겠구나'라며 눈물도 흘린다"고 전했다.

기억에 남는 상봉 사례로 홍 단장은 프랑스로 입양됐다 30년 뒤 뿌리찾기에 나서 부모와 만난 A씨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유전자 검사를 하고 나서야 부모가 자신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신은 실종된 지 모르고 부모가 버렸다고 생각한 채 상봉하는 사례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A씨의 사례처럼 당사자들도 자신이 실종됐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변환기술이 이같은 '상봉 패러다임'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모들도 길게는 30년간 아이를 찾아나서며 지쳤고, '너희들이 우리를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홍보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 유전자검사를 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단장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에 심리상담 등 실종가족 부모를 위한 국가의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아이를 잃어버린 것은 죄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평생을 자책하며 살면 사회적으로도, 본인도 손실이 크다"며 "국가는 과학적 방법으로 끊임없이 찾아나설테니, 삶에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