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텀블러 안전성 검사
파스쿠찌·할리스 등 겉면 납 검출
현행법상 안전관리 무방비 상태
스타벅스·이디야 등 매장 수십곳
얼음서 과망간산칼륨·세균 검출
게티이미지뱅크
할리스커피 '뉴 모던 진공 텀블러' 이미지 출처=fnDB
유명 대형 카페들이 오염된 얼음을 넣은 아이스커피와 납 성분 텀블러 등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카페업계가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위생·안전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커피 마니아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생활 속 흔히 찾는 카페가 안전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지만 현행법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파스쿠찌와 할리스커피에서 판매하는 텀블러 제품 겉면에서 납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식품위생법이 규제하는 텀블러 내부에선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페인트로 코팅된 겉면에선 다량의 납 성분이 나왔다.
문제는 텀블러 외부의 경우 별도의 납 함량 기준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텀블러 외부에 입을 대고 음료를 마신다는 점과 텀블러 외부의 페인트가 벗겨져 납 성분이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규정이다. 중금속에 취약한 아동과 임산부가 이런 텀블러를 활용할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와 미국 캘리포니아 법령은 텀블러 외부에서 허용되는 납 함량을 90㎎/㎏ 이하로 제한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사용자의 입이 닿는 제품 상단 2㎝에선 아예 납 성분이 나와선 안 된다.
하지만 파스쿠찌 '하트 텀블러'에서 4만6822㎎/㎏, 할리스커피 '뉴 모던 진공 텀블러(레드)'에서 2만6226㎎/㎏이 검출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에서 검출된 납 함량은 단순계산으로도 캐나다와 캘리포니아 기준치의 수백배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에선 텀블러 외부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어 함량미달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를 제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파스쿠찌와 할리스커피는 해당 제품을 중국업체를 통해 주문·제작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9개 커피전문점 가운데 이들 두 업체에서만 문제가 발생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중소업체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할리스커피는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계기로 텀블러류 총 30종을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전수조사했다"며 "뉴 모던 진공텀블러 5종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제품은 내 표면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납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15일에는 카페 브랜드 선두를 달리는 이디야커피·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이 사용하는 얼음도 깨끗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이들 브랜드 매장 수십곳이 쓰는 얼음에서 과망간산칼륨 또는 세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과망간산칼륨은 수질오염을 측정하는 척도로, 검출된 카페는 제빙기 관리가 허술해 얼음이 오염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빙업체로부터 얼음을 납품받아 사용하는 편의점에선 단 한 곳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 문제다. 계속 얼음을 쓸 거라면 한 잔에 몇 백원씩 얼음 값으로 지출하는 것보다 제빙기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업체가 체계적인 제빙기 관리 매뉴얼이 없을 텐데 관리하는 수칙을 만들고 전담하는 사람을 따로 둬야만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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