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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 사라진 망원시장에 젊은손님이 몰려왔다

카드 가맹률 100%에 배송까지 상인들 가격표시제로 고객 배려
하루 2만명 방문 매출액 5억 달해

흥정 사라진 망원시장에 젊은손님이 몰려왔다
전은철 대표(30)가 운영하는 '무침프로젝트 홍어무침' 상점. 선반에는 용량과 가격이 표시된 홍어무침 모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800g, 1.6kg 등 1인가구를 위한 소량 포장도 가능하다. 사진=최용준 기자

"망원시장을 10년 다녔지만 요 근래 젊은 애들이 많아졌어. 잘 모르지만 뭐가 변하긴 한 거 같은데…….여기 봐봐 먹을 게 많잖아."

24일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만난 권순애 할머니(86)는 홍어무침 가게를 손으로 가리켰다. 전은철 대표(30)가 운영하는 '무침프로젝트 홍어무침' 상점이다. 선반에는 용량과 가격이 표시된 홍어무침 모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800g, 1.6kg 등 1인가구를 위한 소량 포장도 가능하다.

3년간 망원시장에서 홍어무침을 판 강철 지점장(28)은 "평일에는 가게에 100명이 넘게 오고 주말에는 그 두 배가 넘는다"며 "아무래도 시장이 관광지처럼 변하다보니 예전에 비해 사람이 더 많이 온다"고 말했다.

■망원시장 활성화 키워드는 '젊음'

망원시장은 어떻게 매일 2만명이 찾는 공간이 됐을까. 비결은 간단하다. 상인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장을 만들지 머리를 맞댔기 때문이다. 원산지 가격 표시제 100%, 카드가맹률 100%가 전통시장에서는 혁신이다. 바뀌는 소비자 입맛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승부수였다.

망원시장 점포는 총 95개, 상인은 297명이다. 손님들이 점점 몰린다. 2017년 일평균 7500여명 고객에서 지난해 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람이 모이니 장사가 잘 된다. 매일 평균 5억2100만원 매출을 올린다. 월 매출 최고 점포는 4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망원시장 활성화 키워드는 '젊음'이다. 홍대 젊은 인구가 망원으로 퍼져갔다. 망원시장 맛집으로 2030세대가 몰려들었다. 매일 인스타그램에 시장 사진 수십 개가 오른다. 인기에 발맞춰 청년상인들도 가게를 열었다. 에드워드 권 셰프 제자 양수현 대표(30)는 돈까스 가게 '바삭마차'를 운영한다.

젊은 층에게 시장은 경험을 살 수 있는 관광지다. '나만 아는 공간'을 찾고 싶은 청년의 욕구와 망원시장 고객 우선 철학이 맞았다. 상인기획단이 2주마다 아이디어를 내고 시장 방향성을 고민한다. 편의점이 익숙한 고객들에게 원산지, 가격표시제는 기본이다. 모든 점포가 이를 따른다. 에녹농수산물 김대윤 대표(50)는 매일 변동되는 야채가격을 수시로 반영해 가격을 표시한다.

■고객 친화 서비스… 디테일에 집중

보고 만지고 맛볼 수 있는 시장의 원초적 즐거움에 정량, 청결,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까지 더해졌다. 카드가맹률도 100%다. 배송서비스도 있다.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대여해주는 '알맹사업'도 도입했다. 시장 차원에서 상인들 교육에도 신경 쓴다. 점포진열 교육과 외국인 응대 교육 등을 제공한다.

황재오 망원시장 사업단장은 "시장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 다른 전통시장은 경제 활성화를 주로 문제 삼지만 저희는 (고객이 원하는) 작고 가벼운 사업을 먼저 했다. 외국인 캐리어 보관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통시장 성공모델로 망원시장을 콕 짚었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전통시장 부흥에서 예산지원보다 중요한 건 상인들 살아있는 눈빛이다"며 "가격표시제는 고객을 우선한다는 마음이다. 시장 활기를 띄우는 데는 결국 상인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