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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케 마시려면 100만원"… 일식집까지 ‘일본 불매’ 동참[현장르포]

자발적 일본 불매 나선 소상공인
경기 침체·주 52시간에 힘들어도 불매운동 동참 결연한 의지 밝혀
일식집들은 "매출 떨어져도 동참"
중소상인총연합, 日제품 판매중단

"日 사케 마시려면 100만원"… 일식집까지 ‘일본 불매’ 동참[현장르포]
일본산 사케를 '백만원'에 팔겠다는 서울시 사당동의 한 일본 선술집. 문앞에는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日 사케 마시려면 100만원"… 일식집까지 ‘일본 불매’ 동참[현장르포]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불매운동에 뜻을 같이 하고자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력하나마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자발적으로 불매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지난 4일 '세계음식거리'인 서울 이태원에서 일식집을 운영중인 주인의 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맞은 첫 주말이었다. 평소 주말이었으면 연인 등의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빈 자리가 대부분이다. 다른 국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옆 식당 앞에 대기줄이 길게 서 있는 것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일본산 제품에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매출이 꺾이어 힘들지만 "불매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매출 걱정되도 불매운동 동참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 위치한 일식가게 정문 앞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함께 한다는 설명문이 내걸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돈까스·오믈렛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해당 일식집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베정권의 파렴치한 만행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판매중단 품목을 나열했다.

설명문 끝엔 "저희의 작은 움직임이 불매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같은날 새벽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고모(48)씨도 영업을 끝내기 전 가게 곳곳에 '일본 불매' 문구를 붙이며 땀을 흘렸다.

벽을 가득 매운 일본산 사케에 '우리 술을 드세요', '신토불이', '일본 술은 백만원!' 등의 글귀가 오히려 도드라 보였다.

고씨는 "단골들도 사케 대신 국산을 주문한다"며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이렇게 적어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메뉴판도 일본제품이 없는 것으로 갈아치웠다. 그럼에도 주문하는 손님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양해를 구하고 내놓지 않겠다"고 답했다.

비단 음식점 뿐 아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보복을 획책하는일본을 규탄한다"며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일본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 기린 등 맥주, 조지아 등 커피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중지에 나섰다.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이 자발적으로 동참중이다.

■"현장에서 애쓰는 건 소상인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일식집엔 손님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일식집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마친 정모씨(28)도 "불매운동을 한다는 가게를 보면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장님들이 일본과 직접 관련된 것도 아닌데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도 "이렇게 설명서를 써놓으니까 식당을 찾는 우리도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다만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 애꿎은 영세상인의 타격이 심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고씨는 "정치인들이 말폭탄을 쏟아내지만 실제 현장에서 애쓰는 사람들은 생계가 걸린 상인들 아니냐"면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식집이나 일본 제품을 들여와 되파는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과한 반응에 당황한 경험도 있다. 고씨는 "가게 앞까지 찾아와 '혹시 일본인 사장이냐', '일본인이면 때려주려 했다'며 농담하는 사람들이 있어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고씨의 가게를 찾은 손님 양모씨(25)는 "어떤 제품을 쓰고 어떤 가게를 찾는다고 일본에 득이 될지 아닐지를 나눌 제대로 된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들끼리 무분별하게 싸우는 모습이 나타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김대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