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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줄서고, 가격 치솟는 컬트와인의 비결은 ‘마케팅’ [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3) 와인의 경제학 최고가의 세계, 미국
홈피 방문하면 예약 걸라는 구매리스트 아이콘만
와이너리가 구매자 자격 따져본 후 판매여부 결정
부유한 매니아들 속물 근성 겨냥한 고도의 마케팅
‘스트리밍 이글’ 美 대표하는 명실상부 최고가 제품

대기자 줄서고, 가격 치솟는 컬트와인의 비결은 ‘마케팅’ [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할란 이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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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드레드 에이커 와이너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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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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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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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란 이스테이트 와이너리 포도밭 모습. 컬트 와인은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고품질의 와인을 아주 한정된 양만 만든다.
대기자 줄서고, 가격 치솟는 컬트와인의 비결은 ‘마케팅’ [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스트리밍 이글
대기자 줄서고, 가격 치솟는 컬트와인의 비결은 ‘마케팅’ [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스트리밍 이글 홈페이지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좋은 식당을 물색해 예약 전화를 하는데 해당 음식점이 예약을 확정하지 않고 "일단 접수됐으니 기다리면 나중에 예약이 가능한지 연락주겠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지요.

"아니, 뭐 이런 음식점이 다있어. 다른데로 갈테니 예약접수 취소해주세요"라고 말하며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마나 맛집이길래 이렇게 대기손님이 많지? 예약이 꼭 됐으면 좋겠네"라며 자존심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겁니다. 이를 활용하는 상술이 바로 '줄세우기 마케팅'입니다. 줄세우기 마케팅의 특징은 소비자가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소비자의 소유욕을 자극하고, 주변 사람에게 자랑하도록 만드는게 핵심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반드시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는 뛰어난 품질과 아무데서나 경험할 수 없는 희소성을 갖춰야 합니다.

줄세우기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SPC그룹이 서울 강남대로에 매장을 연 미국의 쉐이크쉑(이른바 쉑쉑버거)과 올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문을 연 블루보틀커피입니다. 이들 매장에는 오픈 첫날부터 무려 500미터의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나타나고 전날 8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와인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미국의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생산되는 '컬트 와인'은 이같은 줄세우기 마케팅을 가장 극대화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컬트 와인은 숭배를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된 말로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아주 한정된 양만 생산하는 고품질 와인을 말합니다. 한 병 가격이 최소 100만원 이상, 비싼 것은 천만원에 달합니다.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콜긴 셀러스(Colgin Cellars), 아라호(Araujo),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헌드레드 에이커(Hundred acre), 젬스톤(Gemstone), 그레이스 패밀리(Grace Family) 등이 대표적인 컬트와인입니다.

혹시 '헌드레드 에이커' 와이너리 홈페이지를 방문한 적이 있나요. 이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오로지 구매리스트에 예약을 걸라는 아이콘만 있습니다. 해당 와인의 역사나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스크리밍 이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방문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로그인도 잘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구매리스트에 예약을 걸라는 내용만 클릭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불친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컬트 와인을 구입하려면 대부분은 이 와이너리 홈페이지나 팩스를 통해 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이후 해당 와이너리가 구매자의 자격을 따져본 후 판매 여부를 결정하기도 하는 다소 이상한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자가 계속 줄을 서고 와인가격은 해마다 치솟고 있습니다. 일부 부유한 와인 매니아들의 속물 근성을 활용한 마케팅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죠. 더구나 세계 최고 영향력을 가진 미국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가끔씩 이들 컬트 와인에 높은 점수를 남발하면서 와인가격은 순식간에 보르도 특급와인의 몇 배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처럼 컬트 와인에 대해 가격 거품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가 와인입니다. 특히 스크리밍 이글은 미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최고가 와인입니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 기준 2만610파운드(3035만원)으로 보르도의 최고가 와인인 페트뤼스보다도 비쌉니다. 이 한 병 값이면 보르도 특급와인인 라피트 로췰드 서너병의 코르크를 열 수 있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반으로 약간의 멜롯과 까베르네 프랑을 섞어 만드는 이 와인은 미국의 천재 와인 메이커로 불리는 하이디 바렛(Heidi Peterson Barrett)이 만들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후 2000년에 진행된 뉴욕 나파밸리 옥션에서는 6리터짜리 한 병이 5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스크리밍 이글을 손에 넣기 위한 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할란 이스테이트도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와인입니다. 할란 이스테이트도 소비자가격이 2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고가 와인입니다. 1985년 와이너리가 설립됐지만 11년이 지난 1996년에야 첫번째 와인을 생산할 정도로 와인을 심혈을 기울여 만듭니다.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반으로 멜롯 등을 섞어 만드는 와인으로 캘리포니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가장 깊은 맛을 내는 와인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콜긴과 그레이스 패밀리도 컬트 와인의 대표주자 중 하나입니다. 콜긴은 강력한 타닌을 가진 풀바디 와인으로 2002년 빈티지 까베르네 쇼비뇽이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의 평가를 받으며 5대 컬트 와인으로 올라섰습니다. 콜긴 오너인 앤 콜긴은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이 그녀에게 싸인을 요청하면 싸인 대신 와인병에 키스 마크를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레이스 패밀리는 그레이스 패밀리는 컬트 와인의 효시로 불리는 와인입니다. 초콜릿, 자두, 체리 등 과실 풍미가 다채롭고 아주 우아한 질감을 가진 와인입니다.

어떤 와인 전문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컬트 와인은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나 패션디자이너 등 사회적으로 명성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만들어보고자 만든 와인입니다.
판매를 생각하기보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엄청난 돈을 투입해 수천병 정도의 아주 적은 양의 와인을 생산한게 효시입니다. 그런데 이런 와인이 공식 석상에 오르게 되고 일부 평론가의 호들갑이 겹쳐지면서 이상하게 변질된 것입니다. 혹시 컬트 와인 시음기를 본 적이 있는지요." 저는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kw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