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원화 움직임이 위안화에 동조화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큰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화된 세 가지 원인을 무역 상관성, 양국 증시가 신흥국 증시로 분류되는 점,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원화로 헷지하는 것으로 꼽았다.
최근 위안화 환율 상승으로 원화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다. 같은 시기 코스피는 1900선 아래까지 밀렸다.
김 연구원은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되는 것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약 2686억달러로 전체 무역의 23.6%(수출 기준으로는 26.8%, 수입 기준으로는 19.9%)를 차지한다.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되는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이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신흥국 지수 내 중국 비중은 31.77%, 한국 비중은 11.80%다. 김 연구원은 "중국에서 이탈하려는 자금이 이머징 지수에 투자하던 자금을 회수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외국인 매도가 나타나게 된다"며 "최근 신흥국·한국·중국 주가지수 간의 상관계수는 0.9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되는 이유다. 환헤지는 주로 선물환이나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를 통해 이뤄지는데, 위안화에 비해 원화가 유동성이 풍부하다. 위안화는 역외에서도 주로 현물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NDF 거래량이 적은 편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호가가 조밀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적게 든다. 지난 2018년 미국 증권예탁결제원 (DTCC,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 역할도 수행)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통화 NDF 거래량 중 원화 NDF 비중은 20% 정도, 위안화 NDF 비중은 5% 정도다.
한편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내려간 것을 의미하는 '포치(破七)'는 미·중 무역분쟁 확대, 외국인 자금의 위안화 이탈 등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전자의 요인이 더 크다면 원화의 위안화 동조 원인 중 첫 번째(높은 대중국 무역비중)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며 "중국 펀더멘털 부진에 따른 증시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자의 요인이 더 크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신흥국 지수에 함께 포함, 위안화 헷지수단)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며 "이는 신흥국 금융위기 리스크를 고민해야 하는 이슈"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올해 '포치'는 과거 2018년이나 2015년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진단이다. 그는 "위안화 공격이나 자본유출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며, 중국증시도 상당히 견조하다"며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은 현재로서는 신흥국 금융위기 리스크까지를 우려할 상황은 이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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