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마그리드 역을 할 뻔 했지요. 하지만 제게도 변화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다시 마리 역에 도전해 배역을 따냈습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육척봉을 휘두르던 '기네비어' 김소향(사진)을 떠올려보면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혁명에 앞장서는 빈민 출신의 마그리드 아르노 역이 더 잘 어울리게 느껴진다. '마리 퀴리'(2018)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2019)에서도 그는 시대를 앞서간 주체적 여성을 연기했다.
하지만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은 덕분에 5년 만에 재연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옥주현이 빠진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24일 개막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에 만난 그는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잘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라고 특유의 반달모양 눈웃음을 지었다.
"최근 런스루 리허설을 했는데, 페르젠 백작 역할의 레오 정택운과 음향팀 스태프들이 '마리와 잘 어울리고, '인생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말해줬지요. 원래 드라마틱한 비극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아름답고 처절한 비극이라 완전 빠져 있습니다. 음악도 저와 잘 맞고요."
준비 과정은 마냥 쉽지 않았다. 특히 전작 '엑스칼리버'와 비교하면 신분이 극과 극이라 말투나 몸짓을 다 바꿨다. "총총 걸음걸이부터 고쳤어요. 두꺼운 책을 머리에 얹고 다니면서 연습했죠. 말투나 몸짓도 우아하게 고치고 신분에 맞는 기품을 표현하려 노력 중입니다."
초연의 김소현과 더블 캐스팅이다. 그는 "언니가 공주처럼 사랑스럽다면, 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왕비의 면모를 좀 더 잘 보여줄 것 같다"고 비교했다. "노래할 때도 좀 더 시원하고 강렬하게 한다고 할까요. 비록 제 키가 작지만 무대에서는 누구에게도 눌리지 않는 왕비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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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은 2017년 동양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막내 견습 수녀 '메리'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데뷔 10년차 되던 2010년, 국내 활동을 모두 접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던 그는 요즘 '대기만성' 배우로서 그 진면목을 평가받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는 2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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