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박병호 ‘몰아치기’… 홈런왕 경쟁 치고 나갔다[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 경기 홈런 4개, 단숨에 1위
올 시즌 잦은 부상 겪은 박병호, 홈런 선두 경쟁 샌즈·최정보다 출전 경기·타수 수 적어

박병호 ‘몰아치기’… 홈런왕 경쟁 치고 나갔다[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홈런 선두로 나선 박병호.뉴스1
박병호 ‘몰아치기’… 홈런왕 경쟁 치고 나갔다[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박병호(33·키움)는 27일 한화와의 청주 경기서 4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28개로 단숨에 홈런 선두에 올라섰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네 번째 홈런이었다. 1회 첫 번째 홈런은 가운데 몰린 공. 박병호는 밑에서 위로 걷어 올리듯 스윙을 한다.

흔히 장타를 맞지 않으려면 낮게 던져야 한다지만 박병호에겐 낮은 공이 더 위험하다. 박병호가 올 시즌 때린 26개의 홈런 가운데 높은 공을 쳐서 넘긴 타구는 세 차례 뿐이었다. 반면 9차례는 낮은 공을 때렸다. 한 가운데 몰린 공이 16개로 가장 많다. (이하 자료 제공 스포츠투아이)

3회 두 번째 홈런은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 당겼다. 박병호가 좋아하는 코스다. 5회 세 번째 홈런은 가운데로 들어 왔다. 바짝 감 오른 박병호가 놓칠 리 없었다. 세 번이나 홈런을 맞고 나면 투수들은 넋이 나간다. 비록 혼자서 모두 허용한 홈런은 아니지만.

9회 네 번째 공은 높은 직구를 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흔히 말하는 박병호 홈런 존은 아니었다. 오히려 투수는 던져야 할 곳에 던졌다. 높은 코스의 공이니 퍼 올려서 타격을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넘겼을까. 박병호의 경기 후 소감에 답이 있다.

"풀카운트여서 스윙보다는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 장타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이날 4개의 홈런 가운데 가장 긴 비거리였다. 125m 장외 홈런. 한 타자가 한 경기서 4개의 홈런을 때린 것은 통산 6번째. 박병호가 유일하게 두 차례 기록했다.

타격 이론가 박승호 전 NC 수석코치는 "병호의 최대 강점은 몸이 나가지 않는데 있다. 앞으로 쏠리지 않으니 받쳐 놓고 공을 때린다. 무엇보다 파워가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박병호가 때린 26개의 홈런은 대부분 직구(투심 2개 포함)를 공략해 얻어낸 것이다. 슬라이더를 때려 4개, 커브와 체인지업을 두들겨 각각 2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그밖에 포크볼 1개.

코스별로 보면 좌월 홈런이 14개로 가장 많다. 우타자인 박병호에겐 당연한 결과다. 밀어서 우측담장을 넘긴 홈런도 6개나 된다. 중월 홈런이 5개, 좌중월이 3개다. 타구 분포가 골고루 나누어져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런 탓에 102경기에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홈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샌즈(키움·120경기·26개) 최정(119경기·24개) 로맥(116경기·23개·이상 SK)에 비하면 경기 수가 적다.

타수 수도 365타수로 다른 경쟁자에 비해 많이 모자란다. 샌즈는 454, 최정 420, 로맥 434타수로 많게는 90차례 가까이 박병호보다 더 자주 투수를 상대했다. 그만큼 박병호가 몰아치기에 강하다는 증거다.

박병호는 지난 7일 롯데전서 시즌 20호 홈런을 터트렸다.
KBO 리그 역대 3번째 6년 연속 20홈런. 박병호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2년 공백 후 지난 해 한국야구에 복귀해 1위 김재환(두산·44개)과 1개 차 2위에 올랐다. 5번째 홈런왕에 등극하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