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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밀어내기 현실화… 9월 전국 5만2608가구 공급폭탄

지난해 보다 3.2배 늘어나 공급물량 41%인 2만1796가구
경기권에 공급… 타지역엔 악재
상한제·재건축사업 중단 등에 신축 아파트 선점 수요 늘어

건설사 밀어내기 현실화… 9월 전국 5만2608가구 공급폭탄
추석이 낀 9월 한 달 전국에서 5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공급이 쏟아진다. 공공임대, 조합배정분, 청년주택, 특별공급을 제외한 순수한 민간분양 물량도 3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가을 분양대목'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9월 아파트 공급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올해 '9월 대목'이 발생되는 것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포함해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10월 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가 현실화되는 데다, 예년보다 일직 찾아온 '추석 식탁'의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일정 조정도 반영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 등 재건축 사업 중단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신축 가격이 급등하자 새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청약 수요자들의 수요까지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이후 최대…10년來 두 번째

2일 부동산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9월 전국 아파트 총 공급물량(임대·특별분양 등 포함)은 5만2608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부동산 활황기 였던 2015년(5만6851)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동월(1만6331가구)과 비교하면 3.2배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 9월 전국 공급물량은 2010년 1만1254가구에서 꾸준히 증가하다 2015년 5만6851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에는 '웬만한 택지에는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분양러시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입지가 안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한 미분양 후유증을 앓았다.

결국 이듬해인 2016년 1만8721가구로 아파트 공급규모가 급감했고 2017년 3만가구 넘게 증가했다가 정부의 잇단 규제책이 나오면 지난해에는 1만6331가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자 다시 가을 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다.

9월 공급물양인 5만2608가구에는 임대물량이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실제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가구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임대 물량을 제외한 순수 민간분양 물량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9월 민간분양 물량은 2만8356가구다. 조합분 등을 제외한 일반분양은 2만219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의 1만5000여 가구에 비하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한제의 역설…서울·지방 차별화

서울에서는 대표적인 '로또단지'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가 9월 중 분양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서울 분양이 어려워지며 상대적 반사이익을 노리는 경기권 새 아파트 공급이 특히 많이 늘어나지만 모든 단지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공급물량의 41%인 2만1796가구가 경기권에 공급된다. 미분양이 일부 남은 지역의 경우는 오히려 악재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데 대해 오히려 '분양가상한제의 역설'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아무래도 공급이 부족하고 기존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띄자 건설사들도 분양가상한제라는 리스크를 피해 분양일정을 당기는 등 시장이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택·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울의 아파트공급 물꼬를 터 줘야하는데, 한 곳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지는 식으로 재건축에서 신축으로, 또 분양시장으로 열기가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미디어랩장은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치다 보니 단지 입지만 좋으면 고분양가에도 개의치 않고 덤비는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이수 푸르지오 203대 1이라는 청약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대문에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단지의 경우는 세 자릿 수 경쟁률을 가뿐히 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