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희로애락을 몸으로 표현해온 발레리나 출신의 아티스트 김주원. 그녀가 이토록 연기를 잘할지, 그녀의 '도리안 그레이'가 이렇게 매력적일지 미처 몰랐다.
총제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연극·무용·음악·비디오아트가 현란한 조명, 무대 장치와 어우러져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중심에는 제이드 혹은 도리안 그레이를 아름답게 소화해낸 김주원이 있다.
3년 전,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소설을 김준수 주연의 콘서트형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로 선보인 이지나 연출이, 이번에는 작곡가 정재일·현대무용가 김보라·아트디렉터 여신동과 함께, 21세기 예술가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원작에서 젊음에 집착하다 파멸에 이르는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조각가로 거듭났다. 화가 유진(이자람·박영수·신성민·연준석)은 자기 작품의 예술적 영감이 된 제이드(제이드·문유강)를 미술계 큰손인 오스카(마이클 리·김태한·강필석)에게 소개한다.
제이드의 재능을 알아본 오스카는 그녀를 '도리안 그레이'로 명하고, 스타 작가로 만든다. 제이드의 극도로 예민한 감성은 스타 시스템과 충돌하면서 광기로 치닫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걸작을 남기는 게 예술가가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믿는 오스카는 제이드의 몰락을 못 본 척 한다.
의상은 물론이고 선글라스까지 올블랙으로 무장한 마이클 리는 한국어·영어를 섞어가며 '필요악'과 같은 존재, 오스카의 카리스마를 완성한다.
훤칠한 외모의 박영수는 예술가로서의 욕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은 제이드의 드라마틱한 삶에 한줄기 위안이 되어준다.
제이드가 조각하는 모습을 현대무용으로 풀고, 오스카의 심리는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하며, 유진의 작품은 비디오아트로 보여주는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적재적소에 사용돼 눈과 귀가 즐겁다. 관객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나, 총제극 형식에 젠드프리 캐스팅까지 실험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11월 1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