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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쓰는 야구 기사]삼성 4번 타자 러프, 자기 몫 했을까?

[앉아 쓰는 야구 기사]삼성 4번 타자 러프, 자기 몫 했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파이낸셜뉴스] □본 기사는 삼성 라이온즈 및 야구팬인 경제지 기자가 팬의 입장에서 쓴 야구 기사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는 올 시즌 자기 몫을 했을까.

이와 관련 김한수 삼성 감독은 "자기 몫은 했다"고 평가했다. 타점이 줄었고 타율도 낮아졌지만 '투고타저' 시즌인 점과 테이블세터인 박해민, 구자욱 등의 부진을 감안하면 러프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평가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러프는 수비부담이 적은 1루나 지명타자 역할을 하면서 4번 타자로 기용됐다. 러프의 성적을 평가할 때 핵심은 득점권에서의 성적이라는 의미다.

올 시즌 러프는 득점권에서 181타석을 들어섰다. 리그 전체 4위다. 한국프로야구(KBO) 첫 시즌인 지난 2017년 189타석, 지난 시즌 176타석과 비슷하다. 팀 테이블세터의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러프에게 타점을 올릴 기회는 충분했다.

예년과 비슷한 득점권 타석이 주어졌지만 올 시즌 러프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득점권 타율을 보면 러프는 올 시즌 0.311로 팀에서 구자욱에 이어 2위다. 하지만 리그 전체로 보면 17위로 떨어졌다. 지난 2017년에는 득점권 타율이 0.379로 4위, 지난 시즌은 0.371로 7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부진하다.

득점권에서 타율이 떨어지다 보니 타점 감소로 직결됐다. 타점 순위에서 지난 2017년 1위, 지난해 2위에 올랐던 러프는 올 시즌 SK 와이번스 최정과 함께 타점 5위(97타점)로 순위가 밀렸다.

특히 러프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CL & Late(7회 이후 동점 혹은 한 점 차)' 타율의 하락이다.

러프의 CL & Late 타율은 지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0.333, 0.407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0.196로 급락했다. 올 시즌 삼성이 유난히 한 점 차 또는 동점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러프의 CL & Late 타율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러프의 승리기여도(WPA)도 급락했다. 러프의 지난 시즌 WPA는 5.89로 리그 전체 2위였지만 올 시즌에는 1.44로 리그 22위에 그친다.

[앉아 쓰는 야구 기사]삼성 4번 타자 러프, 자기 몫 했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지표의 하락에도 러프를 교체 대상으로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러프는 재계약 1순위다.

러프는 여전히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확실한 4번타자다.

리그 4번 타자 중에서 러프(4번 타선에 들어왔을 때 기록)의 홈런 숫자는 박병호에 이어 2위(22개), 타율은 4위(0.305), OPS(출루율+장타율)는 4위(0.964)의 성적을 올렸다.

구단이 스토브리그에서 할 일은 팀 내 불확실성을 지우는 것이다.
반대로 확실한 자원은 이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구단이 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가 확실함을 지우고 불확실함을 선택하는 꼴이다.

더구나 외국인 선수 첫 시즌 총액 상한이 10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러프를 대신할 수준급 외국인 타자를 선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