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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된 17세 학도병의 희생 기억해주길"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의 김명민

"할아버지가 된 17세 학도병의 희생 기억해주길"
요즘 말로 국뽕(?)은 없었다. 반공보다는 반전에 방점이 찍힌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은 어린 학도병들을 사지로 내몬 전쟁의 참혹함과 이름 없이 죽어간 그들의 희생을 사실적인 전투 신과 학도병들의 드라마로 채워 마음을 울린다. 극중 유격대와 학도병을 이끌고 장사상륙작전을 수행한 '이명준 대위' 역의 김명민(사진)은 "화려한 기교나 영웅·신파 없이,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담백하게 담았다"며 "곽경택 감독의 묵직하고 우직한 연출이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제 아들이 올해 16살입니다. 1950년이면 불과 69년 전인데, 그때 평균 나이 17세인 학도병 772명이 군사훈련 겨우 2주 받고 전쟁에 투입됐다니 정말 상상이 안 됐죠."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미안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적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고자 수행된 이 작전은, 극중 종군기자 매건 폭스의 말처럼 "학도병들의 총알받이" 역할이 불가피했다. 김명민은 "잊힌 역사에 대해 알수록 화가 났고, '일개 배우'지만 소명의식도 생겼다"고 말했다. 학도병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이명준 대위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불만스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장사리'는 학도병을 태운 문산호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악천후와 북한군의 총탄 속에 가까스로 상륙, 어렵게 고지를 탈환하고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화려한 기교 없이 사실적으로 찍은 초반 전투신이 인상적이다. 100억원대 전쟁영화에서 전투신은 영화적 볼거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눈물샘을 건드린다. 촬영장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나와 너도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김명민은 "배우들끼리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예기할 정도였다"며 "카메라 감독님들은 카메라를 메고 배우들과 함께 기고, 뛰고 뒹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몸은 지치는데 테이크는 반복되고, 정말 악에 받쳐 찍었습니다." 물속 촬영도 녹록치 않았다. "상륙 신을 물속에서 1시간가량 찍었더니 저체온증이 왔죠. 사람이 흐릿하게 보이고 공간인지능력이 현격이 떨어졌지요. 다들 전우애가 생길 정도로 고생했습니다.
" 고생한 대가는 학도병들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받고 싶단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생존 학도병이 10명 남짓입니다. 그들의 바람처럼, 학도병들의 희생과 슬픔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26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