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美앱티브 시너지 극대화
완전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가속
글로벌시장서 공격적 투자 행보
구글 웨이모 등과 주도권 경쟁
지난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쇼(CES)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차량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올해 신년사가 해가 바뀌기도 전에 가시화되고 있다. 23일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자율주행차 개발전문 미국 합작법인 설립 발표는 글로벌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하는 '개척자'로 치고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액 또한 현대·기아차가 매년 4조원가량 쏟아붓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자동차 산업은 물론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킬 최상위 혁신기술인 완전자율주행기술을 목표대로 오는 2022년까지 확보할 경우 현대차그룹과 한국 자동차산업이 대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완전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가속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유수의 완성차업체와 유력 자율주행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로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차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히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확보를 통해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인수는 다른 업체에 대한 기술 폐쇄성으로 호환성이 부족할 수 있고, 소수 지분 확보는 자동차업체의 핵심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분 50% 확보는 기술개발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와 함께 순수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자율주행기술의 복잡성과 고난이도를 고려할 때 다양한 정보와 부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자율주행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설립하는 합작법인은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적극적인 연대가 가능한 협업시스템을 마련해 개방형 협력구조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설 법인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공급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한층 신속하고 광범위한 기술테스트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설립하는 합작법인과 우선적 협력으로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격화 전망
자동차, IT업계는 자율주행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지속가능 성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 계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자율주행차 개발 진영을 구축하게 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완전자율주행차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의 인텔(통합제어기 센서)·메타웨이브(고성능 레이더)·P.오토마타(인공지능)·오로라(자율주행 개발), 중국 바이두(자율주행 개발), 이스라엘 옵시스(고성능 레이더), 러시아 얀덱스(로보택시 시범사업) 등과 손잡고 있다. 앱티브까지 합치면 총 8개사에 이른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로 글로벌 시장의 자율주행차 주도권 확보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두그룹인 구글 웨이모의 경우 올해 미국 미시간주에 자율주행 공장 건설을 승인받는 등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최대 경쟁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투자로 한국 자율주행 기술력의 퀀텀점프가 예상된다"며 "5G통신, 인공지능 등 국내 관련산업과 협업을 진행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성장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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