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조사 80% 농가에서 정형행동 관찰, 침울 상태에 이른 개체까지
- 사육곰 산업 종식의 목표와 정책방향에 사육곰의 복지 반영되어야
- 시민 79.3% 사육곰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 필요하다고 응답
동물자유연대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25일 오전 10시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육곰의 열악한 복지실태 및 사육곰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여론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 정부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취지다.
1981년 정부 권장으로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사실상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현재 전국 31개 농가에 479마리의 사육곰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있다. 현장조사 결과 흙을 밟을 수 있는 농가 전무, 사육곰이 상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또한 8곳에 그치는 등 최소한의 복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농가는 전무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농가에서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고 일평균 급여 횟수는 1.27회로 사육곰이 먹이탐색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부재했다.
자연 상태의 곰들은 먹이를 찾고 이를 섭취하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한다. 하지만 먹이의 양과 횟수가 부족한 사육곰들은 더욱 먹이에 집착하게 되고, 먹이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정형행동으로 이어진다. 행동관찰이 가능했던 농가의 80%에서 정형행동이 관찰되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망가져 정형행동조차 보이지 않는 침울 상태에 빠진 개체까지 관찰됐다.
지난 8월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민인식조사 결과는 사육곰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입법적/행정적 측면에서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사육곰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79.3%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전적으로 필요함’ 50.3%, ‘어느 정도 필요함’ 29.0%로 나타나 과반 이상의 시민이 정부의 전적인 역할과 적극적인 책임을 요구했다. 사육곰 특별법 제정에도 78.3%의 응답자가 찬성의견을 보였다. 더 이상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를 이유로 사육곰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으며, 과거와 같은 임시적 조치가 아닌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국내 사육곰 산업은 현재 남아있는 479마리의 사육곰이 도태된다면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의 웅담수요를 고려할 때 수요에 따른 산업의 종식은 불가하며, 현재 5년 이하의 개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남아있는 개체 중 일부는 지금과 같은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사육곰 복지가 반영된 사육곰 산업의 종식 목표 및 방향 설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국내 사육곰 산업의 종식과 관련하여 베트남의 민관협력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베트남 정부는 애니멀스 아시아, 프리더베어스 등 국제시민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생츄어리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사육곰 농장을 적발하여 곰을 압수할 경우 생츄어리에 곰을 수용한다.
두 단체가 제안하는 대안은 곰 생츄어리 설립이다. (생츄어리는 야생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의미한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150마리 수용 가능 규모에 40마리 입주로 시작하여 점차 마릿수와 시설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추산 비용은 150마리 시설 기준으로 시설건립비 73.5억 운영비 연11억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사육곰 문제의 해결은 좁게는 철창 안에 갇힌 사육곰들을 고통에 구하여 복지를 실현하는 것임과 동시에 넓게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사육곰 산업 종식 및 사육곰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촉구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는 “야생동물 생츄어리는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나, 전세계적으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일반화된 시설”이라며 이제 한국도 곰 생츄어리를 통해 비인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야생동물 사육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 조사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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