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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국민연금 개입 우려"…자본시장법 개정 백지화 촉구

민간기업 경영참여 길 터주는
‘제2의 스튜어드십 코드’로 규정
‘5% 룰 완화' 결사반대 한목소리
"경영권 방어 취약한 국내 상황선
해외투기자본 공격 역효과 초래"

경영계가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허용 논란을 빚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전면 철회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경영계가 이번 개정안을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참여를 염두에 둔 '제2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로 규정하고 결사 반대에 나서면서 법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6일 입법예고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경영개입의 인정범위를 축소해 대량보유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대칭성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한다"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가 추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이른바 '5% 룰' 완화를 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상세히 보고하고 공시토록 한 규정이다. 경영계는 금융위가 5% 이상 지분보유에 따른 보고의무 등을 완화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경영참여의 길을 터주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는 개정안이 일부 과도한 주주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걸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주주권(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배당 관련 주주제안,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관변경, 시장과 기업에 대한 단순 의견전달이나 대외적 의사표시 등은 경영개입에서 제외된다.

경총 관계자는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은 그 자체로 회사의 경영권과 자본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현실적으로도 관련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되고 논의되는 자체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위기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 기업에 대한 사회적 불신 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이어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지분 5% 이상 보유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등 정관변경의 주주권을 행사하려 해도 상세보고 의무에 막혀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했다. 경총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 보유기업 주식을 1% 이상 팔거나 매입 시 '단순투자'라는 이유로 월별 약식보고만 해온 반면 정관변경 등의 주주권 행사는 불가능했다"며 "정부가 개정안에 '일반투자'라는 새 항목을 추가해 국민연금의 공시보고 의무는 그대로 둔 채 정관변경이나 이사해임 등의 경영개입이 가능한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영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투자자의 경영개입 인정요건과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국내기업 현실에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강화하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