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들 연금 인식 낮아
원리금 보장 상품 운용 치중
'국민의 노후 지킴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 사업자, 고용주, 고용자 등 주요 주체의 인식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세계 1위 수준의 빠른 고령화 등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 개선은 국가적 과제가 됐다. 현행 퇴직연금은 운용구조상 한계로 낮은 수익률이 고착화돼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의 5년 연평균 수익률(1.9%)은 같은 기간 국민연금(4.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퇴직연금이 연금 투자와 맞지 않는 자산배분 구조로 대부분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 운용이 가능한 '디폴트옵션' '기금형 퇴직연금'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직접 선택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설정한 운용방법으로 자동투자되는 제도다. 기존 확정기여(DC)형 가입자는 전문성 부족, 무관심 등으로 원리금 상품 위주로 연금자산을 방치하기 때문에 수익률 저하의 악순환을 방지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경우 기존 원리금보장 상품에서 실적배당 상품이 포함된 형태로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를 넓힐 수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한데 묶어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로 인한 수익률 제고는 물론 사업장 간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호주는 연평균 수익률이 9%에 달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디폴트옵션과 기금형퇴직연금, 두 가지 제도 개선 시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구조 정립을 통해 수익률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고용주와 근로자, 사업자들의 인식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의 개념이 너무 저조하기 때문에 인식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영 키움투자운용 연금컨설팅부장은 "확정급여(DB)형은 회사가 운용하므로 문제가 없지만 DC형은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데 정작 근로자들의 인식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고용주가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연금 교육 등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퇴직연금 투자는 장기적인 자산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매년 단위로 원리금 보장 상품 운용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근속연수가 높아지고, 퇴직연금 규모도 점차 커지면서 효율적으로 운용할 시기가 왔다"며 "고용주와 근로자의 인식개선과 더불어 사업자들도 단순히 규모만 키우고 수익을 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당 기업들의 부채, 근속연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상품을 추천하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상품운용과 사후관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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