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림이 펼쳐지는 산막이옛길
송시열이 머물렀다던 화양구곡, 물 좋은 괴산의 자랑
은행나무와 환상적 케미 뽐내는 문광저수지는 사진 명소
한지체험박물관. 사진=조용철 기자
【 괴산(충북)=조용철 기자】 충청북도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으로 유명하다면 그 한복판에 자리잡은 괴산은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떠받치는 준봉들이 경상도와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아있고 골짜기와 산자락을 굽이쳐 흐르는 계류는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괴산군 연풍면과 문경시 문경읍 사이에 있는 고개인 이화령은 예로부터 고개가 가파르고 험해 산짐승의 피해가 많아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고 해서 이유릿재라고 불렀다. 그 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고 소백산맥의 조령산과 갈미봉 사이에 있다. 예로부터 조령이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었지만 고개가 높고 험해 불편했다. 일제강점기 때 이러한 불편한 점과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조령 바로 밑에 고개를 만들었다. 이화령 고갯마루에는 조망이 일품인 휴게소가 있고 고개가 끊어놓은 산자락을 연결하는 생태터널이 지난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흐른다.
충북 괴산군 관광지도를 살펴보면 온통 초록색이다. 그만큼 산이 많고 깊다는 증거다. 산이 많으니 계곡도 많다. 쌍곡과 선유동계곡, 화양동계곡, 갈은계곡 등 내로라하는 계곡들이 밀집해 있다. 넓고 깨끗한 너럭바위와 맑은 계류,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57년 완공된 괴산수력발전소의 호수를 이용해 복원한 산막이 옛길을 걷다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만든다.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고갔던 10리길이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어서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너편으로 군자산과 괴산호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산막이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괴산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가는 방법은 3가지다. 옛길, 한반도 전망대와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배편이 그것. 산행을 좋아한다면 등산로로 시작해 옛길로 돌아오는 것도 좋고, 여유를 즐기려면 옛길로 시작해 배편으로 돌아와도 좋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배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동선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산막이나루에서 차돌바위나루로 가는 배편이 가장 인기가 많다. 어떠한 길로 가든 선택은 자유다. 길에는 고인돌쉼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호랑이굴, 매바위, 앉은뱅이 약수, 얼음 바람골, 호수전망대와 마흔고개, 다래숲동굴 등 산책로 주변 볼거리가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다.
화양구곡. 사진=조용철 기자
산막이옛길을 둘러보고 나면 괴산의 자랑인 계곡을 둘러볼 차례다. 수많은 계곡 가운데 화양구곡이 가장 유명하다. 화양구곡은 한 때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숙종 때 노론이 득세했던 시절, 노론의 대표적인 인물인 송시열을 기리는 사액서원이 전국에 수십 개 만들어졌는데 화양동 계곡의 화양서원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한다. 나라에서 받은 토지와 노비, 양민들로부터 징수한 세금으로 부를 축적한 화양서원은 고을 수령마저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력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고종 때 철폐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부터 마지막 파천까지 걸어가는 계곡 산책길이 좋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과 학소대를 거쳐 깨끗하고 반듯한 흰 바위 위로 맑은 계곡물이 스치듯 지나가는 파천에 다다른다. 계곡 산책로는 3.1km. 화양동 계곡은 괴산 선유동 계곡과 7㎞거리에 있으며 푸른 산과 맑은 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사진=조용철 기자
연풍면에 위치한 한지체험박물관에는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전통 한지의 제조과정도 볼 수 있다. 한지체험박물관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이 관장으로 있다. 옛 신풍분교 자리에 지상 1층으로 건축면적 1326㎡ 규모로 꾸며졌다. 한지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 전시도 볼거리다. 또 전통 한지 뜨기 체험, 한지 소원등 만들기, 한지 자연염색체험 등 다양한 한지 체험도 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을 이용해 만든 전통 종이를 뜻한다.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고 두드려 물에 푼 다음 대나무 발로 섬유를 건져 물을 짜내고 말려 종이로 만든 것이 한지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도 닥나무를 볼 수 있다.
한지에 대해 알아본 뒤 문광저수지로 향했다. 문광저수지에는 은행나무 300그루가 노랗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양곡저수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물가 400m 구간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 300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 올해는 포토존과 조명이 설치되어 밤에도 은행나무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준 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의 숲과 오래된 고목이 많아 낚시터 전경이 아담하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