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왼쪽)과 그의 아내 배지현 . 이 둘이 내년도 LA에서 계속 머무를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18년 전 이맘 때 생각이 난다. 당시 LA에는 4명의 스포츠 전문지 특파원들이 있었다. 2001년 가을 그들의 최대 관심은 ‘FA(자유계약선수) 박찬호가 어느 팀과 어떤 계약을 맺을까’에 쏠려 있었다.
박찬호는 2002년 1월 16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약 780억 원) 대형 계약을 맺었다. 새삼 오래 전 박찬호 얘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당시 상황이 지금의 류현진(32)과 겹치는 대목이 많아서다. 다섯 개 항목으로 나누어 비교해 본다.
1. 올스타전 출전 이후
박찬호는 2001년 올스타에 선정됐다. 전반기 성적은 8승 5패 평균자책점 2.80. 류현진은 2019년 전반기 10승 2패 1.73을 기록했다. 2001년 8월 미국의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 위클리’는 박찬호의 계약이 총액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후반기 7승 6패 4.40으로 부진했다. 올스타전에 출전한 류현진 역시 후반기 4승 3패 3.18로 나빠졌다.
2. 크고 작은 부상
박찬호가 2001년 후반기 부진한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박찬호에겐 허리 측만증이라는 지병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 대박을 위해 강행군을 이어갔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하락한 이유다.
다저스구단은 이 점을 잘 알았다. 박찬호를 붙들고 싶었지만 그에게 대형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다. 류현진의 부상 정도에 대해서도 다저스는 상세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3. FA 투수들
‘베이스볼 위클리’는 2001년 9월 호에 투수 랭킹을 발표했다. 1위 랜디 존슨 2위 커트 실링 3위 박찬호 순이었다. 공동 3위는 그레그 매덕스. 박찬호는 1년 전 계약한 마이크 햄턴(8년 1억 2100만 달러)과 곧잘 비교됐다. 류현진은 게릿 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FA 시장을 노크한다. 그의 기준은 누가 될까.
4. LA를 사랑한 투수
박찬호는 LA에 남고 싶어 했다. 2001년 LA스타디움서 10승 4패 2.36으로 강했다. 원정경기서는 5승 7패 4.83. 류현진은 홈에서 더 강했다. 10승 1패 1.93. 원정서는 4승 4패 2.72로 주춤했다. 류현진 역시 LA에 남고 싶어 한다.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선 계약을 대리하는 에이전트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5. ‘악마’ 스캇 보라스
2001년까지 박찬호의 에이전트는 재미동포 스티브 김이었다. 박찬호는 2001시즌을 마친 후 스티브 김과 작별하고 ‘악마’ 스캇 보라스의 손을 잡았다. 보라스는 1년 전 보잘 것 없던 대런 드라이포트에게 5년 5500만 달러 대박을 안겨준 수완가. 드라이포트의 2000년 성적은 12승 9패 4.16. 생애 최고의 한해였다.
보라스는 작은 밥그릇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 대식가다.
선수가 어디에 남고 싶다거나 어느 팀서 뛰고 싶다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박찬호는 보라스를 선택해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LA를 떠나야 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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