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드립니다
[파이낸셜뉴스] 읽기 어려운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TV로 읽는 독서수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소개한다.
5일 저녁 8시 10분 방송되는 ‘책 읽어드립니다’에서는 설민석, 전현무, 이적, 문가영과 소설가 장강명, 대검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 김태경 교수, 포항공대 이진우 교수가 함께 유대인 학살 나치 전범의 공판 기록을 담은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룬 공판 기록의 주인공 아돌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도주해 15년 만에 체포된 1급 나치 전범.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수송하는 업무를 처리하며 유대인 학살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 아이히만은 1961년, 충격적인 모습과 증언으로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아이히만은 반인륜적 학살을 일으킨 전범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지극히 평범한 외모'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에 이어, 33차례의 공판에서 "독일의 군인 공무원으로서 지시대로 했을 뿐이다. 나는 유대인을 죽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해 분노를 샀다.
‘책 읽어드립니다’ 공식 이야기꾼 설민석은 "이 책은 평범한 인간인 아이히만이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나열한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수송하는 행정직을 맡아오다, 수용소의 실태를 직접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윽고 자기 합리화를 통해 죄책감마저 잊어버린다"며 유대인 억압과 학살에 대한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이목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무죄를 주장하는 그의 정신 감정을 위해 6명의 정신과 의사가 검사를 진행했지만, 충격적일 만큼 정상인 것은 물론, '좋은 이웃이고,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진단도 나왔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긴다.
아이히만이 공판에서 유대인 수용과 감금, 학살을 도운 유대인들이 있었다며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에 대해 이진우 교수는 "유대인인 저자 한나 아렌트가 이 공판 기록을 정리하면서,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해 당시 유대인 사회의 큰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해 탄식을 자아낸다.
심리학자 김태경 교수는 "아이히만이 자기 합리화를 거듭하며 유대인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점차 변질되었을 것"이라며 "'상대가 원해서, 상대를 위해 하는 일이다', 혹은 상대가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합리화를 거치면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해 경각심을 깨운다.
이적은 "아직도 터키, 독일 등에서 인종주의로 인한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책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이슈"라며 "한국도 다문화시대가 더욱 진행되면 얼마나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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