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선정, 연내 매각 성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국내 양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 매각만큼이나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어떻게 변화할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향후 거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전 회장을 포함해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매각 이후에도 그룹이 넘어야 할 파고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 나면 금호그룹은 재계 순위 80위권 밖으로 밀려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그룹의 자산 규모는 약 11조4000억원으로 이 중 아시아나항공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해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들이 모두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를 4000억원 미만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에 따라 예상대로 '통매각'이 진행돼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까지 함께 매각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은 3조원대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칭뿐 아니라 위상도 크게 격하된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팔린 만큼 그룹 명칭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빠진다. 남는 것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정도다. 그 규모는 명칭만큼이나 쪼그라든다. 당장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10조원)과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5조원)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준대기업집단에서도 배제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 초반까지 재계 서열 10위권을 유지했던 호남의 대표기업이었다.
재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향후 거취다. 아시아나IDT가 이번 매각에 포함된 만큼 당장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거취부터 관심사다. 박 사장은 앞서 그룹 재건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박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을 비롯한 그룹의 중장기 미래를 위해 사용하겠다"며 그룹 재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탓에 박 사장과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어느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에서조차 박 사장이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의 의사결정권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담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울러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과 관련, 박 전 회장과 전·현직 경영인을 고발키로 가닥을 잡은 만큼 향후 박 사장과 박 상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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