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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스의 X파일… 박찬호는 ‘퀄리티스타트’, 류현진은?[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보라스, 2001년 박찬호 FA 때
당시 낯설던 ‘퀄리티 스타트’로
5년 6500만달러 계약 성사
7할대 승률-낮은 볼넷 허용률 등
‘류현진 X파일’ 꾸렸을 듯

보라스의 X파일… 박찬호는 ‘퀄리티스타트’, 류현진은?[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14일 귀국 예정인 류현진은 올 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류현진(왼쪽)과 그의 아내 배지현.뉴시스
보라스의 X파일… 박찬호는 ‘퀄리티스타트’, 류현진은?[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32)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올 겨울 500억 원 가량의 수수료를 챙길 전망이다. 그는 확실히 협상의 고수다. 유명 선수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드는 이유다. 그렇다고 구단들을 후려치는 교활한 상인으로 단순 취급하면 곤란하다.

그의 장점은 세치 혀에 있지 않다. 그를 만나서 얘기해본 바로는 그다지 화려한 달변가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꼼꼼한 일처리 능력을 지닌 기획자로 보였다. 2001년 겨울 박찬호가 FA 자격을 얻었을 때 그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X-파일을 공개했다.

두터운 하드케이스에 담긴 X-파일은 보라스라는 에이전트가 왜 비싼 가격에 선수들을 파는 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박찬호 X-파일에서 보라스가 가장 역점을 둔 부문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내 투구)였다.

당시만 해도 퀄리티 스타트는 낯선 개념이었다. 이후부터 한국에선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항목이 되었지만. 미국 언론에선 여전히 퀄리티 스타트라는 단어는 자주 보이지 않는다.

보라스가 유독 박찬호의 퀄리티 스타트를 강조한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고객이 이 항목에서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봐라, 박찬호라는 투수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퀄리티 스타트에서도 여느 투수를 능가한다. 그러니 너희는 지갑을 열어야 마땅하다. 그런 주장이었다.

박찬호는 2001년 전반기 15회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전설적인 투수 그레그 매덕스(16연속)의 대기록과 불과 한 개 차이였다. 박찬호는 2000년과 2001년 연속 26회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97년부터 5년간 박찬호는 모두 108회의 퀄리티 스타트 경기를 남겼다. 이 기간 박찬호보다 더 많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투수는 랜디 존슨(125회)과 페드로 마르티네스(112회) 등 네 명 뿐이다. 하나 같이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이다.

보라스는 X-파일에서 당시 27살의 박찬호와 같은 나이 때의 랜디 존슨, 케빈 브라운을 비교했다. 박찬호가 이들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했다. 브라운은 33살에 1억 500만 달러를 챙겼으니 박찬호도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보라스는 이번 겨울 류현진(14승 5패 2.32) X-파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파일을 이미 30개 구단에 돌렸을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그의 머릿속엔 게릿 콜(29·20승 5패 2.50)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18승 6패 3.32)가 계약한 이후라야 류현진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서 있을 것이다.

류현진의 X-파일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아마도 7할3푼7리의 높은 승률, 9이닝 당 1.18개의 낮은 볼넷 허용, K(탈삼진)/ B/B(볼넷) 6.79, 182⅔이닝 동안 와일드피치 0, 보크 0, 병살타 유도 17회 등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캐시 카우 항목은 무얼까. 박찬호의 퀄리티 스타트처럼 류현진을 당대 최고 투수들보다 돋보이게 하는 항목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박찬호 X-파일은 5년 6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파일의 주인에게 안겨주었다. 류현진 X-파일은 얼마만큼 효자 노릇을 해낼는지.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