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동굴 속 거인을 만나다…'허풍'이 '진짜'가 되는 순간

관련종목▶

"영화 속 환상의 세계를 무대로"
뮤지컬 '빅 피쉬' 한국 초연
원작 판타지 살리면서도 이야기는 따뜻
10대∼60대 오가는 아버지역 세 배우 주목
내달 4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동굴 속 거인을 만나다…'허풍'이 '진짜'가 되는 순간
뮤지컬 '빅 피쉬'에서 아버지 에드워드 역을 맡은 박호산 배우
동굴 속 거인을 만나다…'허풍'이 '진짜'가 되는 순간
뮤지컬 '빅 피쉬'에서 아버지 에드워드 역을 맡은 손준호 배우
동굴 속 거인을 만나다…'허풍'이 '진짜'가 되는 순간
뮤지컬 '빅 피쉬'에서 아버지 에드워드 역을 맡은 남경주 배우
'월드 스타' 이병헌이 배우가 된 데는 '영화광'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곽경택·곽신애 남매는 영화감독·제작자가 됐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E&A 대표에 따르면 평안도 실향민인 아버지는 가족이 식사할 때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밥상머리 이야기꾼이었단다. 마치 '빅 피쉬'의 '낭만적인 허풍쟁이' 에드워드처럼. 뮤지컬 '빅 피쉬'가 오는 12월 4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된다. CJ ENM이 '킹키부츠' '보디가드'에 이어 국내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이다.

■영미권 장점만 뽑아 새롭게, 한국 초연

'빅 피쉬'는 국내 관객에게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로 친숙하다.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소설을 팀 버튼이 기괴한 상상력의 판타지 영화로 만들었다. 무비컬 '빅 피쉬'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2017년 영국 런던 무대에 올랐다. 스토리는 영화와 유사하다. 한때 아버지의 이야기에 잠 못 이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어른이 된 아들 윌의 이야기다. 1막이 거인·마녀·인어·늑대인간을 만난 아버지 에드워드의 기상천외한 모험담과 첫눈에 반한 엄마 산드라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다면, 2막은 모험담 이면의 진실을 확인한 아들 윌이 아버지의 사랑과 그가 남기고자한 정신적 유산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한국 초연은 영미권 버전의 장점만 쏙쏙 뽑아 새롭게 만들었다. 연출자로 나선 스캇 슈왈츠는 "브로드웨이 버전이 규모와 볼거리를 갖췄다면, 런던 버전은 작지만 좀 더 친밀했다"고 비교하면서 "한국 버전은 멋진 볼거리가 가득하면서도 한 가족의 진심에 깊이 뿌리를 둔,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감성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역의 박호산은 "팀 버튼 영화가 약간 짓궂고 다소 건조하다면 뮤지컬은 아주 사랑스럽고 따뜻하다"고 비교했다. 원작의 판타지 세계는 퍼페티어(Puppeteer·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를 적극 활용해 구현할 예정이다. 슈왈츠 연출은 "거인이 진짜 무대에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관객들은 마치 에드워드처럼 동굴 속에 거인을 만나고, 인어와 헤엄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겁니다. 영화의 명장면인 수선화 프러포즈신도 환상적일 겁니다."

■'빅 피쉬' 음악과 사랑에 빠진 배우들

'빅 피쉬'는 신문기자가 된 아들이 임신한 약혼녀와 함께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현재와 과거, 일상과 판타지를 오간다. 슈왈츠 연출은 "현재의 이야기는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져 아주 사실주의적이라면 에드워드의 과거 이야기 속 판타지 세계는 이와 매우 상반된다"고 비교했다. "아주 알록달록합니다. 미국의 포크아트에서 영감을 받았죠. 정크 예술조각품이 소품으로 사용되고, 세트에 다양한 색채가 사용됩니다."

음악은 뮤지컬이 지닌 장점 중 하나다. 슈왈츠 연출은 "작곡가 앤드류 리파가 만든 '빅 피쉬'의 곡은 지난 10년간 나온 걸작 중 하나"라며 추켜세웠고, 김성수 음악감독도 "잘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거들었다. 극중 에드워드를 연기하는 남경주도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음악이 정말 좋아요. 배우들이 노래하다 울어서 큰일입니다. 연출에게 '울지 말라'는 주의를 받고 있죠. 아마도 2막 후반쯤에는 관객들도 울음을 참지 못할 겁니다." 또 그는 "에드워드가 산드라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부르는 노래 '멈춘 순간'은 실제 제 러브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며 미소 지었다.

세 명의 에드워드, 남경주·박호산·손준호의 색다른 도전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에드워드의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나이 대를 소화한다. 남경주는 "가발이나 분장의 도움 없이 오로지 연기로 승부한다"며 "발성법으로 소리에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우들은 이번 작품에 푹 빠져있는 듯 보였다.
산드라 역의 구원영은 "마을 사람들의 합창곡인 '길을 따라 사는 인생'을 듣고 있노라면 행복감이 밀려 든다"고 말했다. 역시 산드라 역의 김지우는 "요즘 이 작품 덕분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고 즐거워했다. 손준호가 꼽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빅 피쉬'의 첫 곡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생각만 하면 모든 게 이뤄지는 세상/우리의 꿈이 이뤄지는 곳/무슨 꿈이든 괜찮아/상상의 날갤 펴/함께 그려 나가는 세상/진짜 신나는 이야길 찾아가는 이 여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