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악몽을 꾸면서 성장한다죠. 국립오페라단의 '헨젤과 그레텔'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 아이가 꾸는 꿈이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와 연결되며 극중극 형태로 펼쳐집니다."(김동일 국립오페라단 협력연출)
126년 전인 1893년 12월 23일, 독일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크리스마스 단골 레퍼토리로 손꼽힌다. 국립오페라단이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함께 지난해 초연한 '헨젤과 그레텔(사진)'을 오는 12월 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올린다. 올해는 파데와 협업한 김동일 협력연출이 성시연 지휘자와 손잡고 재연 무대를 이끈다. 지난해와 같이 오빠 헨젤 역은 '리투아니아의 보석'으로 알려진 메조소프라노 유스티나 그린기테와 양계화가 맡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사랑한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한은혜가 그레텔을 맡는다.
이 오페라는 흔히 알려진 '헨젤과 그레텔'과 다소 다르다. 헨젤과 그레텔은 엄마에게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한다"며 야단을 맞고, 설상가상 저녁으로 먹을 우유 단지가 깨지자 엄마는 화를 내며 아이들을 향해 "산딸기라도 따오라"며 어두운 숲으로 내몬다. 제작진은 극심한 빈곤을 경험해본 적 없는 오늘날 관객이 원작의 설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극중극 형태로 만들었다.
김동일 협력연출은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아버지에 대한 해석으로, 폭력적이고 무능한 아버지로 그려진다"며 "또 엄마를 계모로 몰아 모든 일의 책임을 떠넘겼는데 국립오페라단 버전은 부모 모두의 잘못임을 강조한다"고 비교했다. 그는 "꿈과 모험, 환상적인 작품 이면에 사회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고 부연했다. 마녀 역할은 테너나 메조소프라노·소프라노가 맡는데, 국립오페라단 버전은 테너가 이 역할을 맡아 다소 코믹하게 그려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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