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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검법안과 맞바꾸자" 한국당 억지에 발 묶인 정보통신망법

포털 실검 개편·폐지 검토하는데
실검 조작방지 법안과 바터 요구
법안심사소위원회 열지도 못해

이른바 '데이터3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이 꽁꽁 묶였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조작 방지 관련 법안 통과를 '확약'하지 않으면 정보통신망법 심사를 위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 수 없다고 '바터(법안 교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털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 실검 폐지·개편 요구에 맞춰 개편(네이버)하거나 폐지를 검토(카카오)하는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이 규제주의에 매몰돼 과잉입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는 지난달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지 못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쟁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온라인상 개인정보 규정과 권한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의 선제법안 격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이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되며 개정안 자체에 반대 명분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인공지능(AI)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 법안을 실검 조작 방지 관련 법안과 바터하자고 버티고 있다. 이에 노웅래 과방위원장까지 나서 "지금 실검법이 10개 가까이 되는데 논의를 한 번도 안했다"면서 "야당 주장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오늘(지난달 29일) 망법을 처리하고 실검법은 월요일(12월 2일)이라도 논의시작하자, 필요하다면 각서를 써주겠다고 하는데도 김성태 한국당 간사는 일정을 안잡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실검 조작 방지 법안은 한국당이 발의에 앞장서고 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검색 유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에 냈고, 박대출 의원은 포털서비스 사업자가 스스로 실검 조작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의무를 지우는 동명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성태 한국당 간사도 지난 10월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실검 폐지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포털서비스 사업자가 스스로 실검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편하거나 폐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강제로 규제조항을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25일 연 간담회에서 "실검이 원래 좋은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폐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말 사용자 연령대에 맞게 실검 차트를 기본으로 제공하도로 바꾼 뒤 지난달 28일에는 이벤트, 할인 정보 등 상업적인 실검을 이용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차단하는 개편도 단행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사업자가 서비스를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데이터 3법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법으로 국가경쟁력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