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돈화문국악당 강은일 예술감독
미국 가수 바비 맥퍼린 등과
협연하며 해금 알리는데 앞장
25시간 쉬지 않고 공연하는
‘대륙시대’ 처음 시도하기도
"세계 연주자들과 공연하는게 꿈"
강은일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
"예술, 음악, 국악은 사람들 삶을 위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삶이 더 풍요롭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견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근 서울 율곡로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만난 강은일 예술감독(단국대 교수·사진)은 "해외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 관객이 손끝을 뚫고, 자기 심장을 관통해 혈관으로 나갔다는 표현을 했던 것이 가장 감동 깊은 기억 중 하나예요. 내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책임감을 느끼게 됐죠"라고 말했다.
클래식부터 가요까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며 해금의 세계화에 기여해온 강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금 연주자로 손꼽힌다. 어린 시절 해금의 낯선 소리를 어려워하던 친구들을 위해 피아노, 드럼 등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를 시작한 것이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첫 기억이다.
그는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돈 워리 비 해피'로 유명한 미국의 가수 바비 맥퍼린,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 일본의 피아노 연주자 유키 구라모토, 일본 NHK체임버오케스트라, KBS국악관현악단 등과 함께 협연하며 해금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하이톤의 소리로 음역대가 넓은 해금은 천변만화(千變萬化)로 불려요. 편안함보다 기분을 더 상승시켜주는 느낌이 강하죠. 그 덕분에 어떤 악기와 만나도 낯을 가리지 않고, 뻔뻔하게 잘 어울리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인지 강 감독은 오랜 경력에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월 국악당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한반도 평화시대를 바라는 '대륙시대', 공연과 명리학을 접목한 '당신의 팔자를 살리는 음악', '운당여관음악회' 등을 공연장에 올렸다. 특히 대륙시대는 밤을 꼬박 넘겨 25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연한 첫 시도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초청받아 해금을 연주했던 것도 그의 음악적 가치관에 영감을 준 사건으로 남았다.
"좋은 곳에 쓰임을 받는 만큼 활대 하나하나 긋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지 알았어요. 그런 부름이 없었으면 혼자 즐기고 생각하는 데 그쳤겠죠."
그는 인터뷰 도중 "아직도 해금 연주가 정말 재밌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해금명인의 대답으로는 다소 의외였다.
"해금은 제게 여전히 부모이자 친구, 선생님 같은 존재예요. 과거 해금을 연주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부분도 지금 연주하면 다시 새롭게 느껴지곤 합니다."
1983년부터 햇수로 38년째 해금을 연주하고 있는 그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각국에는 해금과 소리와 모양이 비슷한 전통악기가 있어요. 전 세계 만명의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금을 연주하며 평화와 화합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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