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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펭수는 펭수다


[기자수첩] 펭수는 펭수다

‘펭하!(펭수 하이)’ ‘신이 나~신이 나~엣헴 엣헴’

요즘 EBS 펭귄 캐릭터 ‘펭수’가 2030 세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으로 나이는 10살, 키는 210cm인 자이언트 펭귄이다. ‘자이언트 펭TV’로 EBS와 유튜브에서 데뷔한 뒤 7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펭수가 주목받은 것은 EBS 아이돌 육상대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번개맨, 뚝딱이 등 다양한 EBS 캐릭터와 함께 체육대회를 하면서 펭수는 기존 EBS 캐릭터와 다른 매력을 뽐내며 스타가 됐다.

“나 때는 말이야”라며 위계질서를 따지려는 EBS 캐릭터 선배 뚝딱이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일침한다. EBS 김명중 사장을 호칭도 없이 수시로 언급하며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고 너스레 떠는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펭수는 “나는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힘든데 힘내라면 힘이 납니까?”라는 식으로 위로의 말도 전한다.

이처럼 펭수가 인기를 끌면서 펭수 정체성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실제 10살인 펭수는 삼국지, 빠다코코낫, 국밥을 좋아한다고 밝혀 20~30대로부터 동년배 의혹을 받는다. 펭수 캐릭터 속 정체가 누군지 파헤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실제 인물도 어느 정도 드러난 듯 하다.

하지만 펭수 팬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펭수 속 인물의 정체보다 펭수 캐릭터 자체에 열광할 뿐이다. 펭수도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틀 안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는 사람들 질문에 펭수는 성별 이분법적인 접근을 거부한다.

보건복지부는 남극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다는 펭수에게 가족 사진 일러스트를 선물했는데, 일러스트는 턱수염 난 아빠에 머리 긴 엄마, 동생까지 전형적인 성역할을 부여했다. 이에 펭수는 고맙다는 말 대신 “저 동생 없는데요?”라고 답했다.

펭수가 “펭수는 펭수다”라고 거듭 외치듯 펭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펭수일 뿐이다.
펭수 팬들은 이미 펭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펭수에게만 한정될 게 아니다. 사람인 우리도 성별 이분법과 성역할 모델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펭수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사진=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