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 공연장면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진짜 멋지다! 케이크랑 과자들도 만든 집이야!…이제 끔찍한 일은 다 지나갔어. 마녀의 공포도, 마법의 주문도!”
‘리투아니아의 보석’ 메조 소프라노 유스티나 그린기테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이 사랑한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진짜 현실남매처럼 호흡이 잘 맞았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순수한 목소리를 지닌 캐슬린 김은 그 몸짓이 아이처럼 귀여우면서도 위험에 처한 오빠를 구해낼 만큼 야무진 소녀 ‘그레텔’로 완벽하게 다가왔다. 캐슬린 김보다 키가 훌쩍 큰 그린기테는 변성기 직전의 소년 역할인 헨젤과 어울리는 잘 조절된 목소리로 그레텔과 환상의 짝을 이뤘다.
테너 정제윤은 뚱뚱한 마녀로 분장해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를 겨냥한 송년 오페라에 맞게 무섭다기보다 다소 어수룩하게 그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처음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지휘에 나선 성시연이 연주한 작곡가 훔퍼딩크의 음악은 듣기 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드라마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 유려한 선율과 극적 전개에 맞춘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성악가의 노래와 하모니를 이뤘다.
아이들이 악몽을 꾸는 이야기 콘셉트에 맞게 무대는 다소 으스스하면서도 노란 반달·초록 숲·동심을 자극하는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동화적이면서도 알록달록한 색깔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가난한 집안의 무채색 색조와 밤하늘의 샛노란 반달이 대비되는 1막을 거쳐 숲에서 하룻밤을 자게 된 두 아이의 모습을 담은 2막은 숲이 지닌 위압감과 달리 둘의 꿈속 풍경이 환상적으로 펼쳐져 반전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14명의 캔디천사가 반짝이는 불빛에 싸여 등장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3막 과자로 만든 집은 달콤한 마카롱 케이크에 으스스한 장식을 더해 할로윈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법에 풀린 아이들의 합창과 마음 졸이며 두 남매를 찾아온 부모의 재회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기존 잔혹동화와 달리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송년 공연의 정체성과도 잘 맞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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