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보라스.
지난 주 브라이언 캐시먼 뉴욕 양키스 단장은 캘리포니아 주 게릿 콜의 집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 애런 분 감독과 맷 브레이크 신임 투수 코치를 대동했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갖춘 셈이다. 그러고도 한 술 더 떴다.
캐시먼 단장은 양키스의 전설 앤디 페티트와 동행했다. 통산 256승(153패)을 올린 양키스의 영구결번 투수다. 뉴욕 양키스를 5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9년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도 페티트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캐시먼 단장이 핵심 수뇌진에 전설까지 얹어서 콜의 집을 방문한 이유는 간단하다. 콜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다. 이후 양키스는 콜에게 투수 사상 최고액인 7년 2억4500만 달러(약 2900억 원)의 매거 딜을 제시했다. 최대한 성의를 갖춘 다음 최대 금액으로 유혹했다. 흠잡을 곳 없는 매끄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콜은 묵묵부답이다. 정확히는 콜이 아닌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사진)의 입에서 아무런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보라스는 모든 언론의 관심이 양키스와 콜에게 쏠린 그 날 또 다른 대형 폭탄을 터트렸다.
FA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10일(한국시간) 7년 2억 4500만 달러에 원 소속 구단 워싱턴 내셔널스 잔류를 선택했다. 며칠 전만해도 LA 다저스와 면담하며 잔뜩 바람을 잡았다. 뚜껑을 열자 최종 선택지는 워싱턴이었다.
스트라스버그가 2억 4500만 달러 잭팟을 터트린 후 콜의 몸값은 가만 앉은 채 껑충 뛰어올랐다. 투수 최고 몸값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3억 달러 얘기까지 나온다. 스트라스버그와 콜은 모두 스캇 보라스 사단 선수들이다.
스트라스버그는 2017년 7년 1억 7500만 달러에 워싱턴과 사인했다. 스트라스버그는 팔꿈치 수술 경력을 가진 투수다. 소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 가운데 최다 금액이었다.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인 금액으로도 보라스의 배포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그는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에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다. 선수가 남은 계약 기간 잔여 연봉을 포기하면 즉시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이다. 이 반대 개념은 바이 아웃. 구단이 연봉의 일부만 주고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스트라스버그의 몸값은 3년 사이 7000만 달러나 올랐다. 보라스의 도박이 적중한 셈이다. 워싱턴은 7년간 1억 7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쏟아부었지만 큰손 보라스의 지갑을 다 채우지 못했다.
스트라스버그는 대박을 터트렸다. 다음 차례는 게릿 콜. 그는 양키스와 별도의 흥정을 하지 않고도 이전 제안(7년 2억 4500만 달러)을 무력화시켰다. 이제 양키스는 2억 45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콜에게 들이 밀어야 한다. 콜의 시장 가치가 스트라스버그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류현진과 앤서니 랜든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모두 스캇 보라스 소속 선수들이다. 보라스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금액을 안겨줄지. 보라스라는 존재는 역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겐 재앙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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