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
문경준 대상·최저타수상 등 받아
"지난달 돌아가신 아버지께 영광을"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경,김태훈, 김대현, 박성국, 문경준, 이형준, 전가람, 서요섭, 임성재, 이원준). KPGA 제공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
2019시즌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인간승리'의 주인공 문경준(37·휴셈)이 가슴 절절한 사부곡(思夫曲)을 불렀다. 문경준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대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런 영광스런 자리에 아들의 성공을 가장 바랐던 아버지 문호주씨는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향년 73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다 대학교 2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처음 접한 뒤 골프로 전향한 문경준에게 있어 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문경준은 골프 입문 3년만인 2004년에 KPGA 입회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06년에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내친 김에 대기자 신분으로 코리안투어까지 데뷔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이었다. 그리고 프로 데뷔 10년만인 2015년에 메이저급 대회인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감격의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를 병행한데다 역전승이어서 그 기쁨은 배가 됐다. 당시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아들의 생애 첫 승 순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아버지는 챔피언 퍼트가 성공하자 뒤돌아 서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문경준은 "다행히 아버지께서 내가 대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을 알고 떠나셨다"면서 "하지만 오늘 이 영광스런 수상 모습과 내년에 더 큰 무대에서의 활약상을 보여 드릴 수가 없게 돼 아쉽다. 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많이 기뻐하고 계실 것이다"고 말하며 눈시울 붉혔다.
2011년에 곽지은(37)씨와 결혼, 슬하에 지호(7), 지환(4), 지원(2) 3남을 두고 있는 문경준은 2020시즌에는 유럽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안투어서 주로 활동하게 된다. 유럽 진출은 아버지의 생전 바람이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는 대상 수상 뒷풀이도 잠시 미루고 저녁 9시30분 방콕행 비행기로 출국한다.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아시안투어 태국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한편 문경준은 대상 외에 올 시즌 평균 70.179타로 '덕춘상(골프존 최저타수상)', KPGA의 위상을 높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스포츠토토 해피투게더상', 한국골프기자단이 선정한 '2019 Best Player Trophy'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제네시스 상금왕은 4억6994만8101원을 획득한 이수민(26·스릭슨), 생애 단 한 차례 기회가 주어지는 까스텔바작 신인상은 이재경(20·CJ오쇼핑), 'BTR 장타상'은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3.032야드를 기록한 서요섭(23·비전오토빌), '해외특별상'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상(아널드 파머 어워드)을 수상한 임성재(21·CJ대한통운)가 수상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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