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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마법 끝났나..연말 한국영화 3파전


엘사 마법 끝났나..연말 한국영화 3파전
영화 '백두산'


엘사 마법 끝났나..연말 한국영화 3파전
영화 '천문'
[파이낸셜뉴스] 영화 ‘백두산’이 ‘시동’을 제치고 흥행 깃발을 꽂은 가운데 오는 26일 ‘천문’이 가세하며 연말 극장가 한국영화 3파전이 펼쳐진다. 김형호 영화산업 분석가는 “‘겨울왕국2’와 분위기가 딴판인 스펙터클한 영화가 흥행에 유리한 상황인데, 이게 걸맞은 ‘백두산’이 선두를 차지했다”며 “볼거리·드라마를 두루 갖춰 50대까지 포섭하면 장기 흥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또 “‘시동’은 코미디를 선호하는 10대 관객, 50대 선호 장르인 사극 ‘천문’은 20대를 얼마나 끌어들일지에 따라 흥행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랑스런 캐릭터 영화 ‘시동’
개봉 5일째 100만 관객을 모은 마동석·박정민·정해인·염정아 주연의 ‘시동’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집을 떠난 ‘흙수저’ 청춘들이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여름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타짜로 열연한 박정민이 ‘학교도 싫고 집도 싫고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어설픈 반항아를 연기했는데, 이제야 맞춤옷을 입었다. 드라마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서 누나들의 마음을 훔쳐온 ‘국민 연하남’ 정해인은 기존의 ‘너무 일찍 철든 모습’을 벗고 ‘길 잃은 청춘의 얼굴’을 새롭게 선보인다. 분홍색 티셔츠에 단발머리를 한 ‘마블리’ 마동석은 뭘 해도 웃긴다는 사실이 놀랍다. 늘 그렇듯, 그가 바위와 같은 주먹을 날리면 웃음 혹은 통쾌함이 터진다. 극중 전직 배구선수 출신 박정민의 엄마로 분한 염정아는 문제아 아들에게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새로운 엄마 캐릭터로 활력을 준다.

‘시동’은 이야기의 완결성이 약하고 인물들 간 맞고 때리는 장면이 웃음코드로 과잉 사용된 점 등이 거슬린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어딘가 부족한 보이지만 서로를 보듬어주고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이 이런 단점을 잊게 해준다. 미래가 불안한 청춘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교훈적 충고보다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이 아닐까.

■스타 캐스팅에 볼거리까지…재난영화 ‘백두산’
이병헌·하정우가 첫 호흡한 ‘백두산’은 순제작비만 260억원이 투입된 화제의 대작. 백두산 폭발을 막는 스펙터클한 재난 소재에 마동석·전혜진·수지에 전도연(특별출연)까지 가세한 화려한 캐스팅, ‘신과 함께’ 시리즈로 2600만명을 모은 덱스터스튜디오의 신작이다. 19일 개봉 첫날 45만명을 모으며, 12월 역대 최고 흥행작인 ‘신과함께-죄와 벌’의 개봉 첫날 스코어 40만6,365명을 넘어서며 기대작에 부응하는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개봉 첫 주 누적관객수는 246만명.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 정도인줄 몰랐다”는 관객 반응에서 알 수 있듯, 백두산 폭발에 따른 지진으로 강남역 사거리 일대의 건물과 도로가 아찔하게 붕괴되는 모습은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남다른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급’ CG기술을 뽐내는 이 영화는 재난에 맞선 남북 요원 간 공조라는 익숙한 설정에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미션 수행이 주된 줄거리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아무리 땅이 갈라져도 두렵지 않고, 그들의 미션은 수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마저 생긴다. 다행히 배우들의 호연이 이야기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속내를 숨긴 북한 요원으로 분한 이병헌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이병헌은 남한에서 온 폭발물처리반 대위 역할의 하정우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허를 찌르는 유머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자아낸다. 부성애로 마음도 흔든다. 이병헌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시나리오가 너무 매끄러워서 덜 매력적이었다”면서도 하정우의 러브콜에 마음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한석규·최민식을 한 화면에서 보는 즐거움 ‘천문’
‘천문’은 영화 ‘쉬리’ 이후 무려 20년 만에 재회한 한석규·최민식, 두 연기파 배우의 협연을 보는 자체로 감회가 남다른 영화다. 세종과 천재 과학자 장영실, 신분을 초월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는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의 연출과 만나 새 생명을 얻는다. 세종과 장영실은 위인전 속에서 튀어나와 꿈틀꿈틀 살아 숨 쉬며 왕과 관노, 하늘과 땅과 같은 신분차를 극복한다. 같은 꿈을 꾼 두 남자의 우정은 멜로영화 속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애틋하다. ‘천문’은 세종 24년에 발생한 ‘안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팩션 사극이다. 본래 부산 동래현 관노였던 장영실은 세종 즉위 후 명나라로 유학 가 천문관측시설 관련 자료를 수집해와 이를 바탕으로 자격루 등을 만들었다. 종3품의 대호군까지 오르며 세종의 뜻을 받들어 많은 천문기구를 제작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년간 지속되다 장영실이 제작한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러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난다.

‘천문’은 장영실이 곤장 80대형을 받은 후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유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훈민정음 창제 등 세종의 업적은 당시 명나라와 사대부의 견제 속에서 이뤄졌다. 둘의 관계를 가로막는 것도 시대적 역학관계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천문 관측기구인 간의·간의대, 자격루 등은 볼거리를 주고, 세종과 사대부 간 갈등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관객이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에 얼마나 감정이입하는지가 관전 포인트.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는 “군주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장영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며 “이 영화가 그걸 다뤄 기뻤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라며 “세종은 천민인 장영실에게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