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구조 취약한 한진 일가
KCGI와 이미 경영권 다툼
주요주주들 어느 편 설지 관심
지분 5% 넘는 모친 행보도 주목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이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구조가 취약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 선언이 그룹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우 보통주 기준으로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각각 6.49%, 6.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이들은 한진칼 지분 2.34%, 2.31%, 2.30%를 보유했으나 지난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보유지분(17.7%)을 법정비율(배우자 1.5, 자녀 1)로 4.1%씩 상속받으면서 지분율이 올랐다. 특히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기존 보유지분이 없었으나 이번 상속으로 5.31%의 한진칼 지분을 새로 보유하게 됐다. 오너 일가 네 사람의 지분율이 비슷한 가운데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되면서 이 고문이 보유한 지분의 향배가 향후 경영권 변동이나 지배구조 개편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 남매의 경영권 분쟁은 오너 일가의 지분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더 첨예해질 공산이 크다. 현재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8.94%에 불과한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그레이스홀딩스·일명 강성부펀드), 미국 델타항공, 반도그룹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각각 한진칼 지분 17.14%, 10.00%, 6.28%를 보유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는 2020년 3월 조 회장(대표이사)과 이석우 사외이사의 임기만료가 예정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관련한 사항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델타항공과 대호개발의 주식취득 목적이 장내매수를 통한 단순취득으로 공시됐으나 내년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과 KCGI의 표대결 가능성이 높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델타항공 지분을 한진그룹 우호지분으로 가정할 경우 한진그룹측 지분율은 38.9%로, 대호개발과 KCGI 지분을 합산한 23.6%보다 15%포인트가량 높다. 반대로 KCGI와 델타항공, 대호개발의 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33.6%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28.94%)을 넘어선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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