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심위 '라끼남'에 법정제재
지난해 활발했던 예능 PPL '주춤'
유튜브 축구 예능 채널 <슛포러브> 방송 장면. 패널들의 모습 뒤로 게토레이 제품이 눈에 띈다.
[파이낸셜뉴스]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강호동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라끼남'이 법정제재를 받으며 예능 프로그램의 PPL 열풍이 주춤하게 됐다.
삼립호빵·안성탕면 같은 유명 제품부터 토레타·블랙보리 등 신상 제품까지 예능프로그램 간접광고(PPL)로 톡톡한 효과를 누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예능에서 PPL이 활발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Olive와 tvN, 유튜브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라끼남'은 지난해 예능 PPL의 최신경향을 그대로 드러낸 프로그램이라 평가됐다. PPL계 최고수로 불리는 나영석PD가 제작한 이 방송은 강호동이 지리산 등에서 고생한 끝에 라면을 끓여먹는다는 설정으로, 주구장창 농심라면만 끓여먹어 광고인지 방송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실제로 방송 직후 안성탕면의 수요가 폭증했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방송 내내 안성탕면에 대한 애정을 밝히는 강호동의 홍보 덕분인지 굴과 안성탕면을 함께 조리한 안성굴탕면이 소개된 날엔 굴과 안성탕면이 품귀현상을 겪었다는 인증도 곳곳에서 줄을 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 선보인 ‘짜파구리’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동반 상승해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농심은 '라끼남'의 인기로 다시 한 번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이 방송 내용이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라끼남'에 대해 '법정제재(경고)'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각 방송 분량의 상당 부분이 특정 라면을 조리해 먹는 장면에 할애되는 등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및 구성"했다며 "유사한 구성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방송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정제재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방심위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였던 식품 PPL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종영한 tvN '신서유기 외전-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출연진 등판에 삼립호빵이란 문구를 떡 하니 새겨놓고 촬영장에 호빵기계까지 들여놓은 채 촬영을 진행하는 ‘대놓고 PPL’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출시 4년 만에 이온음료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 토레타와 최근 9000만병 판매를 돌파한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도 예능 PPL 덕을 톡톡히 봤다. 두 제품의 인지도 확장엔 '효리네 민박'과 '아는형님' 같은 확고한 팬층을 지닌 프로그램의 덕이 컸다고 평가된다.
스포츠음료 시장의 강자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도 유튜브 예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축구 예능 '슛포러브'는 최근 수년 동안 게토레이의 후원을 받고 있고, 신흥 프로그램인 '고알레(GoAle)'도 파워에이드를 등장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방송에선 이들 음료를 대놓고 홍보하는데 시청자들은 오히려 이를 응원하고 즐기기까지 한다. 출연진이 음료수를 거듭 홍보하거나 경기 중에 따로 음료수를 마시는 시간을 갖는 등 등장시키는 방식도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국 PD로 활동하는 김모씨(34)는 “최근 한국 예능에선 중립적인 시청자보다 확고한 호감을 드러내는 팬층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데 이들이 PPL을 하나의 재미로 여기게 되며 PPL에 대한 제약을 무너뜨리는 방송이 제작되온 것”이라며 "특별히 피해를 받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막아버리면 기존의 틀을 깬 참신한 방송이 나올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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