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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실검 조작 방지' 합의에… 기업들 "과잉입법" 반발

인기협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과방위 "신고·처벌 조항 다 빠져
선언적 조항만 남아 문제 없어"

정치권 '실검 조작 방지' 합의에… 기업들 "과잉입법" 반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른바 '실시간 검색어(실검) 조작 방지 법안'에 잠정합의하면서 인터넷기업이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실검 조작을 해서는 안되고, 인터넷기업이 실검 조작을 막도록 기술적, 관리적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실검 조작 금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오는 4월 총선 전 과방위에서 법안 성과를 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불똥이 인터넷기업으로 튄 것으로 분석된다.

■조국 실검운동 인터넷기업 족쇄로

5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검 조작 방지법은 지난해 8월과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정에서 '조국 힘내세요'와 같은 지지자의 실검 운동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발의됐다.

한국당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러 실검을 폐지하라고 압박했고, 이후에도 실검 조작 방지법을 이른바 '데이터3법', 소프트웨어(SW) 진흥법 등 여당과 정부가 주력하는 법안마다 '바터(교환)'하자고 요구하거나 법안소위 개최 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실검 조작 방지법은 과방위의 '우선 논의' 법안이 됐고,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격론 끝에 실검 조작 방지법을 잠정합의했다. 이날 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실검 조작 방지법은 이달 내 추가로 소위를 개최해 SW진흥법을 논의한 뒤 같이 의결하기로 했다.

■인기협 "과잉입법…논의 중단해야"

네이버, 카카오 등을 대변하는 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3일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인터넷기업이 실검 조작 방지나 어뷰징을 막기 위한 서비스 개선을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 책임을 지우는 법안은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는 실검을 오는 2월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네이버도 이용자 연령대별로 다른 실검을 보거나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과도한 마케팅 등 보고 싶지 않은 실검을 거를 수 있도록 바꾸는 등 서비스를 지속해서 바꾸고 있다.

인기협은 법안 개정안대로 인터넷기업이 이용자의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에서 '부당한 목적'을 직접 판단하면 이는 '사전 검열'이 될 수 있고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기협 측은 "관련 서비스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인터넷산업 전반에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관련 개정 논의 중단도 촉구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완벽한 차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함에도 사업자에게 관리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과 같다"며 비판했다.

■과방위 "처벌조항 없는 선언 규제"

하지만 과방위는 이번 실검 조작 방지법에 처벌조항이 제외되고 선언적 조항만 담겨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과방위 한국당 관계자는 "원래는 기술적 조치에 정부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마련했는데 신고와 처벌조항이 모두 빠졌다"면서 "그야말로 선언적인 조항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적 조치를 막지 못했다고 하면 검증할 방법이 없어 얼마든지 면책조항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합의내용에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것이 나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