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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몸짓' 국내외 명작 날아오른다

주목받는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
실험적 작품 '검찰관' 들고 첫 내한
거장 매튜 본의 '레드 슈즈'도 기대
15년만에 각색한 국립발레단 '해적'
유니버설 '오네긴' 등 국내작도 풍성

'천재들의 몸짓' 국내외 명작 날아오른다
매튜 본의 '레드 슈즈' LG아트센터 제공
'천재들의 몸짓' 국내외 명작 날아오른다
크리스탈 파이트 '검찰관' LG아트센터 제공
'천재들의 몸짓' 국내외 명작 날아오른다
국립발레단 '호이랑'
세계 무용계에서 핫한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50)부터 아크람 칸(46), 로이드 뉴슨(63), 보리스 에이프만(74)까지 신구 스타 안무가의 작품이 올해 한국 무대에 올라 무용팬들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매튜 본(49)의 '레드 슈즈', 한국인 김기민이 활약 중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등 대중을 사로잡을 공연도 기다리고 있다. 한·러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유난히 러시아 문학을 무대화한 작품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LG아트센터는 아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검찰관' '오네긴' 등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묶어 '러시아 문학 패키지'를 선보인다.

■'무용천재' 파이트 첫 내한

장광렬 무용평론가는 "올해는 새롭고 실험적인 무용 공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게 됐다"며 기대작으로 캐나다 출신 세계적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의 '검찰관'과 혁신적 아티스트 로이드 뉴슨이 영국을 대표하는 램버트 무용단과 협업한 '엔터 아킬레스'를 꼽았다. 장승헌 무용평론가도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를 확인할 기회"라며 두 작품에 주목했고 방글라데시 출신의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의 마지막 장편 솔로 '제노스'에 대한 궁금증도 표했다.

'무용 천재'로 통하는 파이트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상과 영국 버전의 토니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세 차례나 받은 안무가.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그는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검찰관'을 작가 조너선 영과 손잡고 댄스시어터로 풀어냈다. '검찰관'은 대사와 춤이 함께하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절제와 과장을 반복하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통해 깊고 복잡한 연극적 표현을 풍성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V8 피지컬 씨어터의 안무가 로이드 뉴슨은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 여러 첨예한 이슈를 다뤄온 아티스트. 무용단 설립 30주년을 맞은 2016년 돌연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가 4년 만에 자신의 초기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엔터 아킬레스'(1995년)를 100년 역사의 영국 램버트 무용단과 다시 선보인다.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남성다움'에 대해 반기를 든 작품. 장광렬 무용평론가는 "뉴슨은 여러 차례 내한했으나 이번 작품은 한국 초연인데다 램버트 무용단과 협업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아낸다"며 "젠더 이슈가 뜨거운 요즘, 작품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제노스'는 '무용수 은퇴'를 선언한 아크람 칸의 솔로 무대를 볼 마지막 기회다. 칸은 인도 전통춤 카탁을 현대무용과 접목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안무가이자 무용수다. 천재 발레리나 실비 길렘, 배우 줄리엣 비노쉬 등과의 듀오 시리즈, 많은 찬사를 받은 솔로작 '데쉬' 등을 남겼다. 장승헌 무용평론가는 "무대 장악력이 뛰어난 무용수로, 솔로 3부작의 마지막이라는 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이프만·매튜 본, 검증받은 거장의 귀환

고전문학을 발레로 즐겨 만들어온 '드라마틱 발레 거장' 에이프만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선보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995년 초연한 에이프만의 대표작을 2013년 새로 업그레이드한 버전. '안나 카레니나'는 2006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 수상작이다. 장승헌 무용평론가는 "고도로 훈련된 에이프만 발레단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볼거리"라며 "국립발레단도 '안나 카레니나'를 재연하니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큰 인기를 끌었던 '백조의 호수'의 매튜 본은 최신작 '레드 슈즈'로 다시 '컨템퍼러리 무용의 대중화'를 이끈다. 1948년 영국에서 제작된 동명의 고전 영화 '레드 슈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마린스키 발레단은 2년 만에 다시 찾는다. 세종문화회관이 '그레이트 발레' 시리즈로 준비한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은 '카르멘', 영화 '백야'로 친숙한 '젊은이와 죽음', 클래식 발레 '피키타' 등 3개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올린다.

■유니버설·국립발레단, 검증된 레퍼토리

국립발레단은 올해 신작 '해적'을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안나 카레니나' '호이랑'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15년 만에 새롭게 각색해 만드는 전막 발레 '해적'(6월 10~14일)이 특히 주목된다. 이번 공연은 원안무인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송정빈이 재안무한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호이랑'의 강효형 안무가에 이어 올해는 송정빈이 전막 안무를 맡았다"며 "새로운 실험이 우려와 기대를 동시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돈키호테' '오네긴' '호두까기 인형'으로 2020년 라인업을 구성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차이콥스키 3대 발레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택해 다양성을 꾀했고, 발레단의 대표작인 '오네긴'을 3년 만에 올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