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파이낸셜뉴스] 진정한 선생님이 되기 위한 서현진의 이유 있는 성장통이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 10회에서는 혹독한 평가 시즌이 찾아온 사립고의 모습이 그려졌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씁쓸한 현실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내년에도 만나러 오겠다는 제자의 말에 ‘버티기’를 결심한 고하늘(서현진 분), 그리고 정교사 채용공고 발표는 지해원(유민규 분)과의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대치고에 ‘평가’의 시즌이 찾아왔다. 여름방학부터 시작된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작성은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도 계속됐고, 생기부 작성을 두고 학생과 선생님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생기부에 있어서도 화두는 ‘심화반 동아리’였다. 창의체험부에서는 다른 동아리보다 심화반 동아리가 대학 가는 것에 도움이 된다며 분량 조절에 나섰고, 이를 안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스펙’ 챙기기에 나선 학생들은 ‘셀프’생기부를 작성해서 직접 선생님을 찾아가기도.
배명수(이창훈 분)는 고하늘에게 생기부 작성 요령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수많은 학생들의 스토리를 전부 만들어 줄 수 없기에, 상위권 학생 등을 분류해 먼저 작성한다는 것. 그리고 이 시즌에 학생들이 갑자기 선생님을 찾는 경우는 대부분 생기부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하늘은 학생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배명수의 말처럼 학생들이 생기부 건으로 찾아온 것. “저희도 교원평가 만점 드릴게요. 그럼 윈-윈인거죠?”라는 학생들의 말은 고하늘에게 비수로 꽂혔다.
친구들의 행동에 마음이 안 좋은 것은 구재현(박지훈 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미워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고 칭찬해주던 담임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 그는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난 고하늘에게, “저 진짜 생기부 땜에 간 거 아니거든요? 그니까 그냥 간 거예요. 쌤 보려고”라며 해명하면서도, 반 친구들과 내년에 선생님을 찾아오겠다는 말을 건넸다.
내년에도 가르쳐달라는 물음에 웃음만 지어 보이던 김영하 선생님(태인하 분)처럼, 고하늘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랬구나, 그건 아마도 내 인생의 복선이었나보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여기에 있어야겠다”며 정교사로 살아남기를 결심한 그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교원평가를 두고 치열한 라인 싸움도 벌어졌다. 학부모 참여율을 높이라는 교육청 방침에 따라 선생님들의 연락처로 참여 독려 문자를 보냈던 교감(이윤희 분).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성순(라미란 분)은 “아무리 교감 쌤이지만, 묻지도 않고 저희 번호 도용해서 문자를 보낸 건 아닌 거 같다”며 맞섰다. 그 말에 기분이 상했던 교감은 시시때때로 진학부 선생님들의 행동에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동료 선생님들은 소위 ‘교장라인’인 박성순은 괜찮을지 몰라도, ‘무(無)라인’인 도연우(하준 분)와 배명수, 그리고 기간제 교사 고하늘에게 괜한 불똥이 튀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박성순은 진학부 선생님들을 위해 그동안 피해왔던 교무부장 문수호(정해균 분)를 찾아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방송 말미, 교육청 홈페이지에 뜬 정교사 채용공고를 보는 고하늘과 지해원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날 고하늘은 이상과 다른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학생들의 마음이 기특해 사소한 것 하나도 소중히 여긴 고하늘. 하지만 그 호의가 생기부 작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상처를 받았다. 특히, 수많은 생기부를 작성하며 힘들어하는 고하늘에게 건넨 “그런 말 들어봤어? 가득 찬 컵에서 흘러내린 물로 베풀어라. 자기부터 챙기고, 남은 여유로 베풀어”라는 배명수의 조언은 공감을 안겼다.
학교도 조직사회였다. 각기 다른 가치관이 부딪히고,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하며 살아남기 위해서 현실과 적절히 타협할 줄 아는 융통성도 필요했다. 교감에게 미운털이 박힌 진학부를 위해 기꺼이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박성순의 모습은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학생들에게 우유 테러를 당한 심화반 동아리 자습실의 모습은 치열한 입시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며 충격을 안겼다.
더불어 방송 말미 학교에는 진짜 ‘낙하산’이 있었고, 그 사실을 목격한 지해원의 모습이 그려져 앞으로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 10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4.3%, 최고 6.4%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도 평균 2.0%, 최고 2.8%로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