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작품집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김금희, 최은영 등 작가들의 수상 거부 선언으로 시작된 이상문학상 파문과 관련해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가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 전면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 대표는 4일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문학사상의 공식 입장’을 통해 “문학사상은 현재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 시정할 것임을 밝힌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 작가의 뜻을 존중해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입장에 따르면 최우선적으로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치고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한다.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한다. 이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도 작가와 독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다 바람직하고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
문학사상은 그간 문학에 대한 진정성과 자긍심 하나로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습니다. 월간 ‘문학사상’ 또한 수없이 많은 폐간 위기를 겪으며 현재 지령 568호를 맞았다. 문학사상의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헤아려 본 사태에 대해서 작가와 독자 제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 또 수년간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에서 통일된 형식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오를 발견, 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또 문학사상은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상황에 대한 엄중함과 사태 파악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해명이 부족했다. 관행으로 이뤄져오던, 그리고 기준 없이 행해져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문학사상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한다. 매달 시의적인 주제를 담는 잡지를 발간하면서도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학상을 운영했다. 근 50년의 역사 안에서 새로움보다 익숙함과 가까이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겠다.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임 대표는 “문학사상은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선보이신 작가 분들과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들께 매우 죄송하다.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다. 낡고 쇠락한 출판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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