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인 등 각 분야 맛 전문가 역할은?
인간 지각 가운데 미각 비중 미미해
주관 평가보단 정확한 사실관계 판단
19일 서울 도림로 비어포스트바에서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이 맥주를 맛보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KIBEX
[파이낸셜뉴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갖는 궁금증이 있다. 술과 음식을 맛만 보고 구별하는 사람들은 정말 진짜인 걸까? 제품을 가리고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정확하게 제품과 맛을 꼭꼭 집어 맞추는 절대미각의 소유자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이번 fn팩트체크에선 소믈리에 등 일명 맛 전문가들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에 다가서 본다.
식음료업계에선 종종 전문가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대부분은 모든 정보를 가린 채 오로지 맛으로 제품의 상품성을 따지고 우열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다.
가끔은 오로지 흥미를 위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런 경우 맛 전문가들이 제품을 맞추고 틀리고가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2018년 한 TV프로그램에서 촉발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한 황교익씨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선 백 대표와 막걸리가게 사장이 전국 각지의 막걸리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후 황씨는 "백종원이 실제로는 3종정도의 막걸리밖에 맞히지 못했다는 피디의 결정적 고백을 기사화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뿐만 아니다. 커피나 와인, 맥주 관련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문가들이 제품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속출한다. 댓글란에선 전문가들을 조롱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전 세계 맥주대회를 돌며 맥주 저지로 활동하는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을 만나 맛 전문가와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윤 부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부터 들려줬다. 예민한 혀를 가진 수준 높은 맥주 저지가 한국에 왔을 때 어느 식당에서 재미삼아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구분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가졌는데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미각은 훈련을 통해 능력이 쌓여서 많이 경험한 사람이 오히려 잘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참이슬이랑 처음처럼은 오히려 이 술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 맛 전문가보다 더 잘 구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각은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각과 청각, 촉각의 세 감각이 90%를 크게 상회하고 후각과 미각은 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전체 정보 가운데 3% 내외에 해당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 중에서도 후각이 미각보다 크게 예민하다고 평가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뿐인데 반해 냄새는 1만 가지 정도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윤 부사장은 맛 전문가들도 미각보다 후각에 큰 부분을 의지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느끼는 음식의 맛 중 최소 70% 이상이 후각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회에서 맛을 평가할 때도 먼저 색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마지막으로 맛을 본다. 맛 평가에서도 자유도는 높지 않다.
윤 부사장은 “영화에서처럼 각종 대회에서 전문가가 맛을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를 넘어 다른 평가를 하는 건 심사위원이 할 역할이 아니다”라고 했다.
더구나 미각은 다른 감각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기도 어려운 감각이다. 누군가가 맛있다고 평가한 것을 다른 누군가가 맛이 없다고 하는 사례도 흔하다. 커피업계 한 전문가는 “세계적인 대회 심사위원들도 맛 자체를 주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참가자가 표현하겠다고 설명한 맛에 실제 내놓은 결과가 부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전문가란 사람들이 맛으로 음식을 완전히 구별하고 평가한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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