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전문가의 오해와 진실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
맛 5가지, 냄새 1만가지로 나뉘어
오랜 경험 쌓여야 맛 구분 가능해
지난 19일 서울 도림로 비어포스트바에서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이 맥주를 맛보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KIBEX 제공
식음료업계에선 종종 전문가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대부분은 모든 정보를 가린 채 오로지 맛으로 제품의 상품성을 따지고 우열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다. 하지만 커피나 와인, 맥주 관련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문가들이 제품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속출한다.
전 세계 맥주대회를 돌며 맥주 저지로 활동하는 윤정훈 플래티넘 부사장을 만나 맛 전문가와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윤 부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부터 들려줬다. 예민한 혀를 가진 수준 높은 맥주 저지가 한국에 왔을 때 어느 식당에서 재미삼아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구분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가졌는데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미각은 훈련을 통해 능력이 쌓여서 많이 경험한 사람이 오히려 잘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참이슬이랑 처음처럼은 오히려 이 술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 맛 전문가보다 더 잘 구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각은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각과 청각, 촉각의 세 감각이 90%를 크게 상회하고 후각과 미각은 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전체 정보 가운데 3% 내외에 해당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 중에서도 후각이 미각보다 크게 예민하다고 평가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뿐인데 반해 냄새는 1만 가지 정도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윤 부사장은 맛 전문가들도 미각보다 후각에 큰 부분을 의지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느끼는 음식의 맛 중 최소 70% 이상이 후각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회에서 맛을 평가할 때도 먼저 색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마지막으로 맛을 본다. 맛 평가에서도 자유도는 높지 않다.
윤 부사장은 "영화에서처럼 각종 대회에서 전문가가 맛을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를 넘어 다른 평가를 하는 건 심사위원이 할 역할이 아니다"라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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