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는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지닌 김준수에게 맞춤옷처럼 잘 맞았다. 배우 자신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밝힌 작품이기도 하다. 김준수의 티켓 파워를 입증하듯, 코로나19에도 객석은 가득 찼다. 드라큘라를 연기한 김준수가 노인의 얼굴을 벗고 핏빛처럼 붉은 머리카락 등으로 창백한 젊음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검은 관 속에서 영원히 잠드는 드라큘라의 모습에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마치 김준수와 팬들 간 변치 않을 사랑이 그곳에 봉인된 것처럼.
뮤지컬 '드라큘라'는 동명 고딕 호러 소설의 이야기에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선율을 입혔다. 드라큘라 백작은 우연히 수백 년 전 죽은 아내 엘리자베스와 닮은 미나를 보고 그녀에게 구애한다. 미나는 간신히 드라큘라의 유혹을 떨치나, 미나의 친구 루시는 흡혈귀가 되고, 오랫동안 드라큘라를 노려왔던 반헬싱 일행은 드라큘라를 추격한다.
좌우 양방향으로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전환되는 4중 회전무대는 원작의 기괴한 분위기를 제법 잘 살린다. 마치 미로처럼 무대가 돌고 돌면 고딕풍의 고성이 나타났다가 이후 음산한 공동묘지, 기괴한 정신병동, 여인의 침실이 스르륵 펼쳐진다. 록스타처럼 차려입은 김준수는 간혹 너무 튀어 보이지만 캐릭터 자체를 감안하면 개성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뮤지컬은 으스스하게 시작되지만, 루시의 사랑찾기 장면에서는 웃음도 터진다.
드라큘라를 추종하는 세 여인의 유혹적인 몸짓은 에로틱하고, 드라큘라의 사랑은 기괴하면서도 로맨틱하다. 세번째 공연인 올해는 초상화 등 소품을 강화하고 대사를 보완해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스토리에 타당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큘라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데 그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점은 아쉽다. 6월 7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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