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스카상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침체한 극장가에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재개봉한 영화 '기생충' 전광판이 표시되고 있다. 2020.02.16. yes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화산업 구조개선을 골자로 하는 일명 ‘포스트 봉준호 법’에 1,325명의 영화인이 서명했다. “97% 독과점의 장벽에 갇힌 한국영화산업에서 과연 제2의 봉준호가 나올 것인가”라며 ‘97% 독과점의 장벽’을 넘어 모두에게 유익한 영화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은 26일 감독 임권택·이창동, 배우 안성기·정우성·문소리 등이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과 상영업 겸업 제한 △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영화인 선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준비모임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날 예정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보도자료를 배포, “‘97% 독과점의 장벽’을 넘어 모두에게 유익한 영화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영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먼저 배급업과 상영업을 겸하고 있는 대기업 3사가 한국 극장 입장료 매출의 97%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겸업 제한’을 주장했다. “극장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부율을 조정하고, 무료초대권 남발하여 영화의 매출을 갉아먹고, 상영관 내 상품광고수익을 독식하고,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광고홍보비를 배급사에 떠넘기는 등 그들의 불공정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1948년 배급·상영업 겸업을 금지(파라마운트 판례)했고, 당시 판례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우리 헌법도 제119조 제2항(경제민주화)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를 규정하고 있으니, 겸업 제한을 통해 ‘97% 독과점의 장벽’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장들은 단기간에 관객이 몰리는 영화를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대한민국의 스크린 독과점행태는 도를 지나쳤다”며 “지난해 한 인기 영화의 경우, 무려 81%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는 ‘영화영상법’과 ‘편성협약’을 통해 8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에서는 영화 한 편이 일일 상영 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고,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한 영화에 1일 최다 4개 스크린만 배정할 수 있다. 준비모임은 “‘스크린 상한제’를 통해 소형영화에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관객의 영화향유권 또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를 언급했다.
“개봉된 독립·예술영화는 전체 개봉 편수의 9.5%에 달하지만, 관객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며 “오늘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2000년에 개봉했던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제작의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봉준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화법 개정을 통해, 멀티플렉스에 독립·예술영화상영관을 지정해 해당 상영관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한 독립·예술영화를 연간 영화 상영일수의 60/100 이상 상영하고, 국가는 해당 상영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향유해야 할 건강한 영화생태계를 위해 작은 영화들이 함께 자라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모임은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영화인들의 서명을 받았으며, 21대 국회에서 세 가지 요구사항이 법제화될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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