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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평균서 ‘합산’으로… 대형사일수록 ‘선분양 제한’ 불합리

국토부 ‘부실벌점 개정안’ 보니
현장 1곳 건설사와 100곳 건설사
동일한 불이익 부과 ‘형평성 어긋’
누적 10점 넘으면 후분양만 가능
공동도급 대표사에만 벌점 부과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 위배 소지
건설단체 "생존과 직결" 강력반발

누적평균서 ‘합산’으로… 대형사일수록 ‘선분양 제한’ 불합리
누적평균서 ‘합산’으로… 대형사일수록 ‘선분양 제한’ 불합리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 벌점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부실벌점 제도의 문제점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부가 지난 1월 20일 입법을 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부실벌점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실벌점은 선분양 제한, 공공공사 적격심사제 입찰 등의 기준이 되는 만큼 건설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개정안대로 시행될 경우 건설사의 분양 및 수주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 위험 증가에 따른 공급축소, 분양가 상승 등 주택시장 전반에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총연합회는 보고 있다.

■부실벌점 0.01점→1점…100배 증가

1일 업계에 따르면 총연합회는 개정안 세부 내용 가운데 국토부가 제시한 부실벌점 산정방식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부실벌점의 산정방식을 현행 누계평균에서 누계합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가령 현장 1곳을 보유한 건설사의 부실 1건과 현장 100곳을 가진 건설사의 부실 1건에 대해 동일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식이다. 현행대로면 0.01점이었을 부실벌점이 1점이 되는 것. 나머지 99개 현장의 안전관리 실적은 반영하지 않아 형평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총연합회의 판단했다. 이런 식으로 벌점이 누적돼 10점을 넘기면 사용검사를 마친 뒤 후분양만 가능하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사업비 자금 조달 어려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고려해 선분양을 선호해왔다.

개정안의 부실벌점 제도가 시행되면 건설 현장이 많은 대형사일수록 선분양에 제한을 받을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소·중견 건설사들도 공공공사 적격심사제 입찰 참가에 제한이 걸리게 된다.

■대표사에 '덤터기'…구성원엔 면죄부

공동도급(컨소시엄)의 경우 대표사에만 벌점을 부과하는 점도 총연합회의 반대를 불렀다. 공동도급은 구성원들이 각자 출자 비율을 가지고 현장을 공동운영하는 방식인데, 공동도급의 대표사라는 이유만으로 부실시공의 책임을 모두 씌우는 것이다.

총연합회는 이러한 벌점 부과 방식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통상 대표사의 출자 비율이 가장 높지만 구성원과 같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대표사 이외 구성원에게 부실시공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대표사와 구성원 간 책임 공방도 예상된다. 분쟁 및 소송으로 이어지면 정상적인 공사 진행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 중소업체 육성정책인 '지역 의무 공동도급 제도' 운용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총연합회는 해석했다.

이처럼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자 총연합회는 위헌성 법률 자문을 받기도 했다. 법무법인 서울, 법무법인 한가람의 법률 자문 결과 국토부의 개정안은 △자기책임의 원칙 △비례의 원칙 △포괄위임 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다.

■"실효성 강화 취지…업계 의견수렴"

국토부는 총연합회가 제기한 문제는 과도한 걱정이라며 진정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은 벌점제도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인데 벌점을 받더라도 선분양 제한이나 입찰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법령이 시행되면 2년 뒤에야 선분양 불이익을 받는데 1년 정도 운영해보고 업계가 정화되면 선분양 불이익은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도급 벌점 부과 취지는 대표사가 책임을 지고 공동도급을 구성할 때 부실 업체와 손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업계에서 공동도급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한 만큼 업계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에 걸쳐 개정안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개정안 입법 예고 과정이 진행 중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공개를 안 했다"면서 "상황을 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월 2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받아보고 수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면서 "업계와 만나 우리의 취지도 충분히 설명하고 합당한 대안이 있으면 검토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