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fnDB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젠 고인이 된 강신성일 선생님, 임권택 감독님 등 1930년생부터 조승우 등 1980년생까지 일해 봤지만, 남들 은퇴할 나이에 1990년대생 창작진 작품으로 뮤지컬 제작자 데뷔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지난해 공연계 새바람을 일으킨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을 제작한 송혜선(60) PL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인터뷰하는 동안 참 많이 웃었다. “커튼콜 때 하도 울어서 “개망개망했다”는 힙(?)한 표현도 쓰면서 ‘스웨그에이지’ 배우들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2018년 서울예대 졸업 작품이었던 ‘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국악과 랩, 한국무용과 힙합이 융화된 신명나는 무대를 펼친다. ‘춘향뎐’ ‘취화선’ 등을 제작한 태흥영화사에서 일하다 신인 조승우의 매니지먼트를 하게 되면서 독립한 송 대표는 현재 11명의 뮤지컬 배우를 관리하고 있다.
“영화판 있다가 여기 왔는데 한국뮤지컬이라고 안하고 창작뮤지컬이라고 하는 게 의아했죠. 막연히 우리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뮤지컬 제작을 꿈꾼 적은 없어요.” 운명은 10년간 치매를 앓던 엄마가 돌아가신 뒤 우연히 찾아봤다. “혼자서 침울해 있는데, 오랜 지인인 최철웅 캐스팅 디렉터가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재작년 이맘때쯤, 서울예대 공연을 보러오라고 했죠.”
‘스웨그에이지’를 본 그는 작품의 메시지와 유쾌한 에너지에 풍덩 빠져버렸다. “안기부가 영화사에 진치고 대본 검열하던 시절에 영화일 한 사람으로서, 이 작품의 참신한 형식, 신나는 노래와 춤 그리고 주제 의식에 정말 놀랐죠. 표현방식도 정말 새로웠죠. 우리세대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화염병 던지며 표현했는데, 이들은 아픈 이야기를 웃으면서 즐겁게 하더라고요.”
만약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면, 아들 뻘인 90년대생 작가·연출·작곡가를 만났고 ‘박카스 같은 에너지’를 가진, 양희준 등 신인배우들도 만났다. “뮤지컬 제작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수년 봤잖아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걸 제작하면 안 되는데, 머릿속은 이미 작품 생각뿐이었죠.”
주요 창작진과 대다수 배우가 신인이라 기술 스태프 등은 베테랑으로 꾸렸다. “태흥영화사에서 신인 조승우, 박상민을 기용해 ‘춘향뎐’ ‘장군의 아들’등을 만들었잖아요. 그때 배운 노하우를 이번에 적용했죠.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 했던 조명, 음향 감독에게 연락했더니 ‘연출이 내 제자의 제자뻘’이라고 하셨죠.(웃음) 신인 발굴 취지·작품의 가능성에 다들 공감, 참여해주셨죠.”
우연히 제작자로 데뷔했지만 매니지먼트가 우선이라는 송 대표는 이날 ‘꿈이 뭐냐’는 질문에 잠깐 눈시울을 붉혔다. 늘 소속 배우들에게 묻던 그 질문을 정작 자신이 받아본 적은 없단다.
“조승우가 ‘맨 오브 라만챠’를 할 때였어요. 사람들이 산초에게 왜 돈키호테와 같은 정신병자를 따라 다니느냐고 자꾸 물으니 산초가 ‘좋으니까’ 라고 답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났어요. 마치 제 인생 같았죠.”
조승우 덕에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고, 무대에서 보고 반한 김선영, 윤공주에게 매니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하나둘씩 관리하다 지금에 이른 까닭이다. 또 자신의 나이를 늘 염두에 두고 80년대생보다 어린 신인은 기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스웨그에이지’를 계기로 양희준, 김수하까지 PL엔터테인먼트에 들였다. ‘스웨그에이지’ 진 역할로 국내 데뷔한 김수하는 앞서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으로 활약 중이었다.
그렇다면 송 대표의 원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프로듀서였는데, 지난해 꿈을 이뤘다”며 웃었다. 단지 프로듀서로 데뷔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웨그에이지’ 싱어롱데이를 할 때 현장에서 느낀 충만한 감정 때문이다.
“‘스웨그에이지’는 팬들이 참 많은 아이디어를 줬는데, 싱어롱데이도 그중 하나였어요. 첫 날 제가 손가락을 너무 꽉 쥐어 핏줄이 터질 정도로 긴장하며 봤는데, 관객과 배우들이 노래로 하나가 되는 그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정말 큰 감사와 벅찬 감정을 느꼈죠.”
책 ‘90년대생이 온다’는 우리사회 필독서로 꼽힌다.
90년대생과 일하고 있는 송대표는 “양희준이 아무리 손자처럼 귀여워도 희준 씨라고 부르며 존중한다”며 “난 그들의 선생이나 부모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며 상호존중을 중시했다.
세대차는 없을까? 물론 그럴 리가. “왜 홍보용 사진을 찍는데, 훌러덩 가발 벗고 꾸미지도 않고 찍고, 또 이상한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어요....이유를 물으니 그게 재미있대요. 어떡해요, 제가 받아들여야죠.”
초연에서 적자를 본 ‘스웨그에이지’는 지난 2월 재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들은 오늘도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4월 26일까지 홍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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