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정창권/돌베개
조선 말기인 18~19세기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가부장제, 남존여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당대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저자는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의 선대와 후대 5대 가족이 남긴 한글 편지 85통을 분석해 당시의 생활과 문화, 언어, 의식 등을 현대어로 번역해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 편지에는 당시 여성의 역할과 의식뿐 아니라 남성의 집안일 참여 모습등 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나아가 이들 편지에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사의 글과 그림, 글씨 등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 등도 잘 드러난다.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 떠올렸던 고리타분한 조선 말기 가정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다. 예상과 달리 당시 남성이 담당했던 집안일은 상당히 많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 뿐 아니라 편지가 쓰인 시기와 상황을 조사해 시공간적인 배경을 설명하며 추사 집안의 5대 가족사를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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