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L코리아 캐피탈마켓부
스테이트 남산·T타워 매각 등
작년 자산거래 실적 3조1000억
"대기업 위주 매매 자문 벗어나
중견기업 등으로 거래 대상 확대"
서울 여의도 JLL코리아 본사에서 캐피탈마켓부 수장인 장재훈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를 거뒀다. 100수 이상을 내다보는 '수읽기' 능력 덕분이다.
부동산 에이전트업계의 '이세돌'로 불리는 존스랑라살(JLL)코리아 캐피탈마켓부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딜(거래) 이면의 역학관계까지 읽는 '눈'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마케팅 자료를 잘 만들어 잠재 매수인들의 니즈(Needs)를 사로잡는 것이 99%라면, 이 '눈'은 딜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1%다.
■매입·매각 넘어 임대차 등 '원스톱 서비스'
캐피탈마켓부의 특별한 '눈'은 지난해 서울 중심업무지구 내 최고가를 기록한 '스테이트 남산' 딜에서 잘 드러났다. 기존 소유주는 중동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이었는데 가격 이외의 니즈를 읽어냈다. 운용자가 공무원인 만큼 딜을 순탄하게 끝낼 수 있는 원매자를 선호한다는 대목이다.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는 "통상 중동 국부펀드는 딜이 중간에 깨지는 것을 터부(금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영해 안정적인 원매자를 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3.3㎡당 가격이 2900만원을 웃돌아 서울 중심업무지구 내 최고가를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센터포인트 서초(옛 국제전자센터)'도 이면의 역학관계를 읽은 사례다. 마스턴투자운용은 해당 건물을 지난 2013년 인수했지만 2015년부터 매각이 잇따라 불발됐다. 이기훈 JLL 상무는 경쟁입찰보다 투자자를 1대 1로 찾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투자 압박을 받고 있던 증권사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결국 가장 높은 가격과 함께 클로징(거래종료)이 검증된 유진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셀다운(총액인수 후 매각)을 통해 케이리츠앤파트너스에 다시 팔았다.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 매각은 JLL 호텔 및 호스피탈리티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냈다. 정정우 이사는 "하얏트의 장기적인 호텔 위탁운영 계약을 통해 그랜드하얏트 브랜드로 계속 운영되는 만큼 호텔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했다"며 "매각 업무 개시 후 최종 매각까지 1년여 동안 충분한 설명으로 신뢰를 얻었다"고 소회했다.
'T타워(옛 LG유플러스빌딩)' 매각은 임대 및 자산관리팀과 힘을 합쳤다. 지난해 3월 싱가포르계 케펠자산운용은 리츠를 통해 2526억원에 T타워를 인수했다. 한국에서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던 만큼 캐피탈마켓부는 임대 및 자산 관련 솔루션을 제시했다.
■중소부동산 등 매입·매각 형태 다양화
캐피탈마켓부가 수행한 자산거래 규모(딜 클로징 기준)는 2018년 1조6000원대에서 2019년 3조1000억원대로 늘었다. 국내 부동산서비스 회사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장 대표의 올해 목표는 매입·매각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소 부동산 등 매입·매각 형태의 다양화다.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오피스 위주에서 물류센터 등 자산 다각화하는 것이다. 그는 "대형 오피스는 권역에만 있는 만큼 지역의 중소형 물건인 상가, 중견기업 건물, 공장이 향후 주력 대상이다. 시장규모가 수백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2000년 4월 설립 이후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만큼 비슷한 도시의 임대수준 등 각종 사례를 통해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KB증권의 창원·부평·부천 사옥 매각은 지방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냈다. KB증권의 에이전트인 김수옥 부장은 불과 3개월 만에 매각을 마무리했다. 김 부장은 "개인이 가진 1000억원 이하 물건 매입·매각 중개에 관심이 많다. 한 필지에 증여·상속자가 28명이나 있었던 부지도 합의서를 받아내고, 관심있는 매수자를 찾아 매각을 성사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KT&G가 2017년 개발부지 목적으로 매입한 '서울 상봉동 주차장 부지'(2380.7㎡) 거래는 JLL코리아의 오피스 중심 자문을 다각화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이 부지는 몇 시간 단위로 가격이 오르고, 당일과 차일 계약자가 바뀔 정도였다. 중소형 부동산 투자자산 자문팀의 김명식 이사는 하루 단위로 토지주와 밀접하게 접촉해 설득했다. KT&G의 답변을 최단시간에 이끌어냈고, 거래를 성사시켰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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