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투어
[파이낸셜뉴스]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마이크나 스피커를 쓰지 않는 비확성 공연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대의 소리가 관객 한 분 한 분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불규칙한 벽구조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건축기법이 적용됐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봄 공연이 모두 취소된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지난달 27일 오전 모처럼 손님을 맞았다. 바로 롯데콘서트홀의 스테이지 투어가 진행된 것. 지난 2016년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은 이듬해인 2017년 프리뷰를 시작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해오고 있다. 한 달에 한 차례 진행하는 투어에 벌써 누적 참가자만 200여명이다. 이날 스테이지 투어에는 6살 어린이부터 20대 대학생, 30대 엄마, 60대의 사모님까지 15명이 참석해 롯데콘서트홀의 강일묵 무대감독(35)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코로나 19의 감염증 우려로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어에 참여했다. 시작 전에는 투어를 도는 동안 일정 간격을 유지해달라는 공지가 나왔다. 로비에서 VIP 라운지를 지나 익숙한 객석 입구로 들어선 참석자들은 이어 무대감독의 인솔 하에 무대 위로 올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 수많은 클래식 거장들이 오른 무대 위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오르간이 있었다.
"무대에 있는 피아노는 조성진이 쳤던 것입니다. 롯데콘서트홀에는 피아노 연주자들이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피아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네 대의 그랜드 피아노를 보관실에 보유하고 있는데 오늘은 한 대를 무대로 갖고 나왔습니다." 강일묵 감독은 "피아노 4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씨가 하노버에서 유학중일 때 롯데콘서트홀을 위해 고른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피아노 한 대당 가격은 2억5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콘서트홀의 무대는 붉은 객석으로 둘러싸인 빈야드 스타일이다. 모든 관객들이 시야 방해없이 가까이에서 균일한 음질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이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스타일로 국내에선 롯데콘서트홀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건물 내부는 여느 클래식 콘서트홀이 그렇듯 소리 울림이 잘 퍼지도록 불규칙한 굴곡을 준 나무 벽에 알루미늄 반막을 붙였다. 내부에선 소리의 공명이 잘 되도록 만들었지만 밖의 소음을 차단하는 것도 관건이다. 강 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은 단독 건물이 아닌 쇼핑몰이라는 복합 건물에 포함돼 있어서 차음이 중요했다"며 "이를 위해 큰 건물 내부에 하나의 작은 독립된 건물을 짓는 '박스 인 박스' 형식으로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들이 퇴장하는 무대 위의 출구를 따라 투어 참가자들이 이동했다. 롯데 콘서트홀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어서 오페라 극장과는 달리 뒷 공간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악기 보관실과 오케스트라가 마치 무대 위에서 시연을 하듯 연습할 수 있는 리허설룸, 연주자들이 대기하는 분장실과 라운지 등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었다. 쇼핑몰의 8층에 위치한 콘서트홀의 특성상 악기 운반을 위해 포터 트럭 한대가 들어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무대 뒤켠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다시 나갔던 무대의 반대쪽 문이 위치한 무대 전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무대감독들이 모니터로 무대와 객석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SM데스크가 위치해 있다. 직접 연주자가 된 듯 무대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 다시 객석으로 돌아오는데까지 한 시간. 무대 뒤쪽에 자리잡은 50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투어가 마무리 됐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김선애(62)씨는 "얼마 전 롯데콘서트홀에 공연을 보러 왔다가 스테이지투어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딸과 함께 신청해 참여하게 됐다"며 "최근 코로나19로 클래식 공연들이 계속 취소되서 답답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렇게나마 공연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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