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수직 계열구조 변화 주문
중공업 분할 후 투자회사 합병 유력
모 회사 재무리스크 전이 막는 조치
인프라코어·밥캣 저평가 탈피 호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수직 계열구조가 해소될 전망이다. 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 자금지원을 결정하며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이들의 지분구조 변화를 요구하면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으로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다. ㈜두산이 직접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매입할 경우 부족한 현금성자산(1300억원)에 따른 자금조달과 과도한 무형자산 영업권(3조원)에 대한 상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앞서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 자금을 지원하며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다. 자구안에 '알짜'인 인프라코어, 밥캣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이 포함돼 이들의 수직 계열구조를 해소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의 재무리스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수직 계열화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인 ㈜두산이 두산중공업 지분 34.36%를 보유했고, 두산중공업은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아 두산건설(100%), 인프라코어(36.27%) 지분을 갖고 있다. 인프라코어는 밥캣 지분을 51.05%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질 경우 이들은 재무리스크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이 분할하면 사업회사 아래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고, 인프라코어와 밥캣은 투자회사의 자회사로 남아 재무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저평가에서 탈피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프라코어와 밥캣은 두산중공업의 재무리스크에 따른 동반부실 우려로 저평가가 지속됐다"며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0배, 7.1배로 경쟁사 대비 48.3%, 27.6% 싸게 거래돼왔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두산그룹의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전망을 이미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 지난 1일 인프라코어와 밥캣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3.51%, 16.99% 상승한 3570원, 2만1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각각 28.8% 오르며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뛰기도 했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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